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허수아비를 보며, 삶의 끝자락을 생각하다 “


허수아비는 오곡들을 지키느라

밤낮 쉬지 않고 그렇게나 고생을 많이 했건만,

지금은 무용지물이 되어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으니

길고 긴 동지, 섣달, 소한, 대한의 설한풍을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허수아비를 보고 있으려니

한평생 자식들 때문에 고생만 하다가

늙어 병든 몸으로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말년을 쓸쓸하고 외롭게 홀로 지내는

이 땅의 많은 노인병원의 독거노인들을 보는 것만 같아

가슴이 저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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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시선은,

단순히 들녘의 허수아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쓸쓸하게 외로워진 인간의 말년까지 껴안고 있었다.

지키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살아온 존재들이

끝내 외롭게 남겨진다는 슬픈 진실.

아버지는 그 쓸쓸함을

연민도, 비난도 없이

조용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어루만져 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글을 읽으면,

삶의 끝도, 외로움도

조금은 덜 서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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