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들국화, 고요한 기다림 “
들국화!
가을이면 우리의 산과 들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야생화가 바로 들국화가 아닌가?
아무도 찾지 않는 한적한 외진 들녘,
샛노란 들국화가 활짝 피어나
얼 하나 없는 파란 가을하늘 위로
그윽한 향기를 품어내며
정든 님을 기다리는 듯 방긋 웃고 있다.
다른 꽃들은 봄, 여름에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모두 졌건만,
들국화 너만은 어찌하여
이 가을에 독야청청 홀로 꽃을 피운단 말인가?
들국화!
너의 고운 꽃잎을 보려고
봄부터 뻐꾸기는 그렇게 목 놓아 울면서 기다리다
끝내 너의 고운 모습도 못 보고
아쉬움과 미련만 남긴 채
머나먼 남쪽 나라로 떠나갔고,
여름내 먹구름 속에서 통곡하듯 울어대던 천둥은
장대 같은 눈물을 주르륵 흘려
들녘만 할퀴어 놓고는
또 그렇게 아쉬움과 미련만 안고 떠나갔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내 이글거리던 태양도
너의 꽃을 피우려고 가마솥 불볕더위를 그렇게나 쏟아부었건만,
너는 끝내 꽃을 피우지 않고 도도하게 굴더니,
노루 꼬리처럼 해가 짧은 이 가을에
무슨 연유로 꽃을 피웠단 말인가?
북녘에서 날아오는 기러기에게
너의 고운 자태를 보이려고 꽃을 피웠는가?
그도 아니라면,
스산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쓸쓸히 떨어져
영면의 길을 떠나는 낙엽들을 위로하기 위해 피어난 것인가?
외진 들녘의 한적한 곳에서 피어난 들국화,
활짝 핀 들국화에는 찾아오는 이도 없고
봐주는 이 또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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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들국화는,
단순히 가을에 핀 꽃이 아니라
끝내 스스로 피어나는 존재의 존엄이었다.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고,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들국화는 고요히 자신의 시간을 피워냈다.
아버지의 문장은 말한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자신만의 때에, 자신의 방식으로 빛나는 것—
그것이 진짜 살아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들국화는 쓸쓸하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