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알밤이 익는 계절“
한참을 가파른 산을 올라가자
드디어 빼곡하게 들어찬 밤나무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안개가 걷힌 하늘에선
눈이 부시게 찬란한 아침 햇살이 쏟아져서,
풀잎에 맺혀 있는 영롱한 이슬이
구슬처럼 반짝거리고,
눈이 시리도록 짙푸르던 나뭇잎들도
어느새 환갑잔치를 벌이려는지
울긋불긋 고운 옷으로 갈아입고는
스산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춤추듯 나풀거린다.
밤나무를 쳐다보니,
그렇게 비가 많이 내렸는데도
가지가 찢어지도록 주먹만 한 밤송이를 매달고는
바람이 가지를 스칠 때마다
뚝뚝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나를 즐겁게 하고,
청설모와 다람쥐들은 떨어진 알밤으로
주린 배를 채우느라 볼딱지가 터질 것만 같다.
밤나무 밑으로 다가서니
우리를 본 청설모와 다람쥐는 화들짝 놀라면서
비호처럼 밤나무로 올라가고,
밤나무 밑에는
토실토실한 알밤이 바닥이 벌겋게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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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가을은,
단순히 물들어가는 계절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풍요의 노래였다.
햇살에 반짝이는 이슬,
환갑잔치처럼 화려한 나뭇잎,
바닥에 툭툭 떨어지는 알밤 소리,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청설모와 다람쥐들.
아버지는
계절 안의 작은 생명들까지도 따뜻하게 껴안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셨다.
그래서 아버지의 글을 읽으면,
바람 한 점, 나뭇잎 하나,
그리고 땅 위에 떨어진 작은 알밤까지
모두가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