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문풍지 소리, 한로의 새벽“


파르르 문풍지가 울어대는 소리에 잠이 깨어났다.

한여름밤에 울어대던 문풍지 소리는

듣기만 해도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면서

더위가 꼬리를 말아 쥐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는데,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은

문풍지 소리에 베갯머리가 섬뜩해지면서

오싹 등골에 한기가 느껴진다.

"서민들이 살아가기에는 하절이 좋다"는

조상님들의 말씀은

그냥 하신 말씀이 아니라

삶에서 터득하신 깊은 지혜였음을 새삼 느낀다.

어디 그뿐인가?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겨울에 눈 또한 많이 온다고 했는데,

올해는 다른 해와는 달리 엄청나게 비가 내렸으니

비처럼 눈이 온다면

겨울삼동 살아나갈 일이 눈앞에

주먹 댄 듯 걱정이 앞선다.

하나님이 원망스럽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이름하여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들 말하지만,

그 말은 어쩐지 빛 좋은 개살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름까지 주셨다면

삼천리 금수강산은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옥토 낙원이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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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새벽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서민의 삶을 걱정하고 품어주는 마음이었다.

문풍지 소리 하나에도 계절을 읽고,

그 계절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헤아리는 따뜻한 눈빛.

아버지의 글은 늘,

자연을 넘어서

사람과 삶을 함께 안아주는 따뜻한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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