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미
시골의 문장들___
”첫서리, 그리고 은행잎처럼 “
새벽 공기를 쐬려고 현관을 나서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찬 바람이
첫추위 맛 좀 보라고 와락 품속으로 달려든다.
"아이고 추워라!"
나도 모르게 춥다는 소리가 한숨처럼 터져 나오면서
몸은 사시나무 떨듯 부들부들 떨리고,
모가지는 자라처럼 움츠러들면서 진저리가 쳐진다.
입에서는 하얀 김이 기차 화통처럼 빠져나온다.
온 세상이 하얗다.
간밤에 첫서리가 내린 것이다.
조금 이르기는 해도 머지않아 상강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휘~익!"
한 무리 서릿바람이 불어오자,
어제까지만 해도 황금빛으로 곱게 물들었던 샛노란 은행잎이
"와수수!" 아우성을 치면서 정들었던 가지를 떠나
빙그르르 허공을 맴돌더니
서릿바람에 이끌려 어디론가 쓸려 간다.
은행잎의 일생을 지켜봤기에,
한편으로는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름답게 살다가 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은행잎처럼 저렇게
생을 마감할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깎깎깎깍!"
서릿까치인지, 오두방정을 떨어대며 울어댄다.
난생처음으로 느껴보는 추위이니
왜 아니 놀랐겠는가.
짙푸른른 하늘 또한
눈이 시리도록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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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첫서리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삶과 이별을 준비하는 조용한 다짐이었다.
떨어지는 은행잎을 보며,
아버지는 허무함 대신
아름답게 사는 것, 그리고 아름답게 떠나는 것을 생각하셨다.
그래서 아버지 글을 읽으면,
찬 바람 속에서도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품위 있게 살아내고 싶은
다정하고 단단한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