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코스모스와 기러기, 그리고 가을의 숨결“
들녘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코스모스가
소슬바람에 춤추듯 한들거린다.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구만리장천의 구월 하늘이,
정든 님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양
애틋한 눈빛으로 하염없이 북녘을 바라보고 있다.
저토록 애타게 누구를 기다리는 것인가?
혹여나 기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슬바람 소리에 기러기 생각이 난다.
이 가을에 구만리장천을 찾아올 손님은 기러기가 아닌가?
아! 계절은 벌써 가을이란 말인가!
가을 소리에 추분이 쏜살같이
우리 곁으로 다가서자,
소슬바람이 달빛에 구름 가듯
살랑살랑 꼬리 치며 불어온다.
폭우로 얼룩진 여름 해님이 그리워서 괴로워하던
나무들도 어느새 가을이 온 것을 알고는
화들짝 놀라더니,
동지섣달 설한풍에 얼어 죽지 않으려면
서둘러 월동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지
부산을 떨며,
나무 위로 올리던 물줄기를 차단하자
나뭇잎들도 깜짝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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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가을은,
단순히 풍경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이별, 그리고 준비하는
삶의 태도를 담고 있었다.
들녘에 흐드러진 코스모스,
하염없이 북녘을 바라보는 하늘,
소슬바람을 타고 오는 기러기의 기억—
모든 자연은
다가오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글은,
우리에게 자연처럼 담담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삶을 준비하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