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콩서리의 기억“
콩을 볶으려 콩깍지로 불을 지폈네.
콩은 가마솥 안에서 뜨거워 우네.
본래 한 뿌리에서 태어난 몸이건만,
왜 이다지도 급하게 볶아만 대는가.
알차게 영글어가는 콩 꼬투리를 만져보니
콩서리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갑자기 콩서리 맛이 그립다.
주위를 휘둘러보니 사람도 없다.
콩서리를 해서 맛이나 볼까 생각해 봤지만,
지금은 옛날과 달리 주인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에는
곧바로 도둑으로 몰려 코피 철갑을 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기에,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림의 떡이다.
과일 같으면야 날 것으로 맛을 볼 수 있지만,
콩서리는 불을 피워야 하기에 갈수록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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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콩 이야기는,
단순한 농촌의 풍경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순수한 기억과, 시대가 변한 씁쓸함을 함께 품고 있었다.
같은 뿌리에서 태어나 서로를 볶는 콩처럼,
우리 삶도 때론 참 뜨겁고 아픈 순간이 많다.
하지만 그 뜨거움마저
아버지는 담담한 농담처럼, 따뜻한 기억처럼
조용히 글로 풀어내셨다.
그래서 읽고 나면,
가슴 한편이 조금 쓸쓸하지만
동시에 아주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