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___
“들녘에서 피어나는 이야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고,
새벽이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첫닭은 울듯이
산들산들 산들바람이 산 위에서 불어온다.
계절은 정녕코 가을이로구나!
길섶의 코스모스는 장대비에
꽃가지가 찢기고 할퀴였어도
가을이 왔다고 어설프게 꽃을 피워
산들바람에 쓸어질 듯 하늘거린다.
산들바람은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는 듯
코스모스꽃을 보듬어 안다가
꽃가지가 찢겨진 것을 보고는 화등잔처럼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란다.
"코스모스님! 몰골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셨습니까?"
코스모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하지 때부터 처서까지 내린 장대비로 이 모양이 이 꼴이 됐다오."
산들바람은 들녘을 내다보다가
기절초풍할 듯 놀란다.
황금물결이 출렁일 줄 알았던 들녘은
쑥대밭이 되어 신음하고 있었다.
"비가 얼마나 많이 내렸으면 들녘이 이 지경이 됐단 말인가!"
코스모스는 말을 잊고 고개만 끄덕이며,
산들바람의 소매를 부여잡고 간절히 묻는다.
"산들바람님, 앞으로 저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입니까?"
산들바람은 당황하며 되묻는다.
"어떻게 살아가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코스모스는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한다
"비가 너무 내려서 몰골도 이 모양인데,
꽃은 피웠어도 벌과 나비가 찾아오질 않으니
앞길이 막막하기만 하답니다."
그 말을 들은 산들바람은 주위를 한참 둘러보더니,
역시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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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코스모스는,
비에 찢긴 꽃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상처 입은 삶을 상징했다.
힘겨운 시련에도 어설프게나마 꽃을 피워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외로움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묻는 코스모스의 목소리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마음 같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깊은 한숨 속에서도
산들바람이 여전히 불어오듯,
살아가야 한다는 조용한 다짐을 남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