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부침개 골목의 풍경“


갑자기 빈대떡 생각이 난다.

날씨가 궂은날은 빈대떡에 막걸리가 궁합이 맞는다

빈대떡을 생각하노라니 어느새 발걸음은

부침개를 붙이는 골목으로 향한다.

다른 골목은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는데

부침개 골목은 대목을 맞은 듯

손님들로 득시글거린다.

이심전심이라고, 궂은 날씨에 나처럼

빈대떡 생각이 나서 찾아온 듯 보인다.

부침개를 붙이는 앞에는 기다란 나무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넘쳐난다.

저마다 파는 품목은 각양각색이다.

커다란 양동이에 올챙이묵과 메밀묵을 담아 파는 아주머니,

메밀 부침개만 굽는 아주머니,

녹두 빈대떡을 전업으로 굽는 아주머니,

묵은 김치를 쭉쭉 찢어 밀가루 부침개를 부치는 아주머니,

해물을 넣은 파전만 부치는 아주머니,

그리고 동그랑땡과 산적을 굽는 아주머니,

이곳이 아니면 보기 힘든 수수부꾸미를 굽는 아주머니도 있다.

그 옆에는 유일하게 꼬챙이에 핫도그와 어묵을 파는

아저씨도 가끔 끼어 있다.

부침개는 부치기가 무섭게 손님들 앞에 놓이는데,

부침개를 먹는 손님들도 천태만상이다.

__________________


아버지 글 속 골목은,

그냥 시장 골목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들의 온기와 리듬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빈대떡 냄새, 막걸리 잔 소리,

부침개를 부치는 손놀림,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표정과 웃음까지—

모든 것이 소박하고 따뜻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면,

잠시나마 빗속에서도 포근한 온기를 느끼게 된다.

아버지는 골목 한편 부침개 굽는 아주머니들까지

하나의 삶의 풍경으로 품어주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골의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