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그림의 떡, 최참봉네 포도밭“
우리 마을에는 마을 한복판에 넓은
포도밭이 딱 한 곳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른 봄부터 포도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맺혀 익을 때까지
눈이 아프도록 바라보는 유일한 포도밭이었다.
포도밭주인은 화를 내면 무섭기가 꼭
호랑이 같다고 해서
마을에서는 ‘호랑이 할아버지’로 통하는
최참봉네 포도밭이다.
포도밭 주위로는 한 길 가량 되는 가시철조망이 철옹성처럼 빙 둘러쳐져 있어서
누구도 쉽사리 들어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포도밭에만 들어가면
무조건 도둑으로 인정했기에
포도밭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갓끈은 과일나무 아래서 고쳐 매지 말고,
참외밭에서는 신발끈 또한 고쳐 매지
말랬다는 옛말처럼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면
마을 사람들은 되도록이면 포도밭
가까이도 가지 않으려 했다.
그러니 포도가 익어갈 때면 포도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
온 동네 사람들은 눈으로만 포도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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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글 속 최참봉네 포도밭은,
아련하고도 짠한 욕망과 절제의 상징이었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것,
가까이 갈수록 오히려 멀어지는 것,
어릴 적 가슴속에서 은근히 타오르던
"갖고 싶지만 가져서는 안 되는" 그 감정이
포도밭 풍경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철조망 너머의 포도를
단순히 과일이 아니라
마음속 작은 그리움과 절제의 서사로 남겨주셨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면,
잃어버린 듯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갈망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