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쑥대밭이 된 마을“
단양 읍내를 관통해서 흐르는 유리알 같이
맑던 강물은
누런 흙탕물로 변해서 세상을 집어삼킬 듯
노도처럼 흘러가고,
강복판 시루섬에는 키다리 미루나무가
그날의 참상을 말해주듯
가지 끝에 비닐 조각을 걸고는 만국기가
펄럭거리듯 나부낀다.
그 모습을 본 손님들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진다.
저기까지 강물이 흘러갔다는 표시가 아닌가!
영월 동강다리에 나무들이 걸려서 땜처럼
물이 고였다가 터지는 바람에
영월 시내도 물바다가 됐고,
강물도 저렇게나 높이 흘러갔구나.
내 고향에는 강과는 거리가 멀지만,
마을 위쪽에 커다란 저수지가 하나 있는데
이번 폭우로 혹시 못둑이 터지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서 조바심이 난다.
드디어 열차가 제천역에 도착했다.
비는 그치지 않고 옷 젖을 만큼 보슬보슬 내린다.
역에서 이십 리 길을 마라톤 선수처럼 달렸다.
마을로 들어서니 마을 역시 쑥대밭으로 변해 있다.
오면서 제발 수해가 없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고 또 빌었건만
눈앞에 펼쳐진 마을의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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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글 속 폭우는,
단지 자연재해가 아니라
고향과 삶을 향한 절박한 마음이었다.
두 발로 이십 리를 뛰어가며 빌고 또
빌었던 그 간절함,
그러나 끝내 마주한 쑥대밭 같은 현실 앞에서
아버지는 단 한 줄의 과장도 없이,
담담하게 슬픔을 기록하셨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면,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그럼에도 고향과 사람을 향한 마음은
얼마나 거대한지 느끼게 된다.
아버지는 세상의 무너짐 속에서도,
지켜야 할 마음을 잃지 않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