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여름밤, 다듬이 소리“
마당에는 초저녁에 피워 놓은
모깃불이 꺼질 듯 꺼질 듯 꺼지지 않고
알 크리 한 생쑥이 타는 연기가 밥을 짓는
저녁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올라
모기들을 쫓고 있고,
지붕에는 밤에만 피어나는 하얀 박꽃이
교교히 흐르는 달빛을 머금고는
갓 시집온 새색시가 미소 짓듯 수줍게
피어나 지붕을 환하게 밝힌다.
지붕 위의 박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노라니,
"또 다다닥! 또 다다닥!"
천상의 음률인가,
어디선가 맑고 청아한 다듬이질 소리가
밤의 적막을 깨고는
귓속으로 날아든다.
아련하게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다듬이 소리를 찾아 발길을 옮긴다.
길섶에는 한낮 더위에 지친 풀벌레들이
한밤의 음악회라도 열려는 듯 자지러지게 울어대고,
앞산에서는 님을 그리는지 소쩍새가
"소 쪽! 소 쪽!" 구슬프게 부른다.
곰살맞은 삽살개는 둥근달을 보고는
"멍! 멍!" 멋대가리 없이 짖어댄다.
"또 다다닥! 또 다다닥!"
은쟁반에 옥을 굴리듯 맑고 청아한 다듬이질
소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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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시골의 공기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었다.
박꽃은 조용히 웃고, 모깃불 연기는 은은하게 퍼지고,
다듬이 소리는 어둠을 뚫고 천천히 가슴에 스며들었다.
아버지 글을 읽고 있으면,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이렇게 조용히, 천천히, 깊어가는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도 문득, 그 시절 그 골목 어귀로 걸어 들어가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