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장대비 속 청풍호“
질펀하게 한바탕 물난리를 겪고 나니
강물이 얼마나 늘었는지 갑자기 청풍호가
보고 싶어진다.
이런 날 물구경을 가는 줄 남들이 알면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기에
조심스럽게 장대 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청풍호로 물구경을 나섰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거리 또한
죽은 도시처럼 흠뻑 젖어 있고
길바닥은 강인 양 빗물이 질펀하게 흘러간다.
가로수의 나뭇잎들은 연일 쏟아지는
장대비에 곤장을 맞은 듯
힘없이 축 늘어져 있고
거리를 오가는 행인 또한 없어서 음산하기까지 하다. 모두가 피하는 날,
아버지는 그 빗속을 향해 걸어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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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거리, 늘어난 강물, 처진 나뭇잎들.
아버지는 그런 세상의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고,
조용히 마음속 어딘가로 청풍호를
걸어가셨던 게 아닐까.
나도 문득 생각한다.
사람들은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인생은 때로 장대비 속을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