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장대비 속 청풍호“


질펀하게 한바탕 물난리를 겪고 나니

강물이 얼마나 늘었는지 갑자기 청풍호가

보고 싶어진다.

이런 날 물구경을 가는 줄 남들이 알면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기에

조심스럽게 장대 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청풍호로 물구경을 나섰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거리 또한

죽은 도시처럼 흠뻑 젖어 있고

길바닥은 강인 양 빗물이 질펀하게 흘러간다.

가로수의 나뭇잎들은 연일 쏟아지는

장대비에 곤장을 맞은 듯

힘없이 축 늘어져 있고

거리를 오가는 행인 또한 없어서 음산하기까지 하다. 모두가 피하는 날,

아버지는 그 빗속을 향해 걸어가셨다.

_____________

젖은 거리, 늘어난 강물, 처진 나뭇잎들.

아버지는 그런 세상의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고,

조용히 마음속 어딘가로 청풍호를

걸어가셨던 게 아닐까.

나도 문득 생각한다.

사람들은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인생은 때로 장대비 속을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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