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밤에도 식지 않는 더위와 변해버린 모기“
해가지고 땅거미가 내려도 더위는
식을 줄 모르고
낮에 푹푹 쪄댄 대지를 밤에는 뜸을 뜨듯
후덥지근한 열기가
계속해서 극성을 부려 댄다.
사람을 못살게 구는 것이 어디 더위뿐인가?
요즘은 옛날과 달리 모기 또한 악랄할 정도로 극성을 부려 댄다.
옛날의 모기들은 서당에서 '명심보감' 읽는
글소리를 듣고는
예의범절을 익혀서 그랬는지,
아니면 제비들이 모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낮에는 사람들에게 별로 덤벼들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제비들이 못살겠다고
떠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학생들이 선생님을 우롱하는
버릇없는 행동을 보고
배워서 그런 것인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피를 빨아먹으려고
인정사정없이 마구 덤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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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을 읽으면,
자연 하나, 계절 하나에도 삶의 풍경이
깃들어 있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는 질서와 조화로움이 있던 자연,
그 안에서 사람과 생명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갔던 기억들.
지금은 어쩌면 무심히 흘러가고 있는
그런 시간들을,
아버지는 놓치지 않고 기록하고 계셨다.
나 또한 바쁘게 지나치는 하루 속에서,
한때는 당연했던 풍경들을,
그 느긋하고 따스했던 기억들을,
다시금 소중히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