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원두막 하룻밤”
원두막에서 하룻밤 자보는 것이 꿈이었는데,
오늘에서야 꿈을 이루게 되었다.
소풍 전야처럼 가슴이 후드득거리고 마구 뛴다.
달이 없는 캄캄한 그믐밤이지만,
쏟아질 듯 무수히 떠 있는 은하수들은
반짝반짝 파란빛을 마구 쏟아낸다.
수많은 별들 중에서도 북두칠성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마을을 벗어나 상현이네 원두막이 있는
동구밖 길로 들어섰다.
길섶에서는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자지러지게 울다가
발걸음 소리에 놀라 일제히 울음을 뚝 그친다.
머리 위로는 짝을 찾아가는 반딧불이가
파란 불을 깜빡이며 바삐 날아가고,
가끔씩 건너편 숲에서는 두견새 울음소리가
애잔하게 들려온다.
길옆 밭에서는 우리 키보다 훨씬
크게 자란 옥수수들이
한낮 더위에 지쳐 깊은 잠에 곯아떨어졌는지
"서걱서걱" 잠꼬대 소리를 내고,
길 위쪽 조밭은 고개가 아프다고 아우성을 친다.
드디어 개울 옆 상현이네 원두막이 어슴푸레 눈에 들어온다.
혼자 있기가 무서운 듯, 우리를 보자
손짓으로 빨리 오라고 한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삐끄덕"거리는 소리로 원두막이 우리를 반긴다.
언제나 그러하듯 원두막의 문은 활짝 열려 있고,
걸어오며 흘린 땀은 시원한 밤바람이 닦아준다.
호롱에 불을 밝히자,
어둡던 원두막이 환하게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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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을 읽으면,
어떤 것도 작지 않고, 어떤 순간도 허투루 지나가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
원두막 하룻밤이 아버지에게는
하루를 넘어 삶 전체를 환히 밝혀주는 추억이었겠구나.
세상의 시끄러움과 빠름 속에서도
조용히 빛나는 시간과 공간을 갖는 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