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초여름, 아카시아꽃이 피면 “
내륙의 고장인 내 고향 제천은
다른 계절보다 봄이 유독 짧게 느껴진다.
엊그제 봄을 맞이한 것 같은데,
어느새 봄꽃들은 모두 지고
청포를 입은 6월이 다가섰다.
향기 그윽한 아카시아꽃은
온 세상 가득 흩뿌려져
삼라만상이 그 향기에 취할 지경이다.
초여름의 파란 하늘과 하얀 아카시아꽃,
그 조화는 초여름을 더욱 눈부시게 만든다.
어린 시절에는 아카시아꽃으로
허기진 배를 달랬다.
요즘은 아카시아꽃의 쓰임도 다양하다.
꽃으로 술을 담그고, 튀김을 부치고,
화전도 만들고, 효소까지 만들어 즐긴다.
아카시아 벌꿀은 우리나라 벌꿀의 70%를 차지한다
양봉업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른 봄 꽃에서는 채밀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카시아꽃은 단순히 봄의 끝자락에
피는 꽃이 아니었다.
삶의 허기를 달래주고,
땀 흘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을 품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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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글을 읽고 나니,
길가에 흩날리는 작은 아카시아꽃조차도
그 시절의 따스한 숨결처럼 느껴진다.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울 때,
한 송이 아카시아꽃을 바라보며
그 짧은 순간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