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 버찌가 익어가는 길목에서 “
길을 걷다가 길옆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벚나무를 흘끔 쳐다보니,
어느새 버찌가 까맣게 익어 있다.
이른 봄 복사꽃, 능금꽃과 함께 꽃을 피웠는데,
벚나무는 무슨 재주를 가졌길래 벌써
이렇게 버찌가 익었단 말인가?
까맣게 익은 버찌를 따서 맛을 보니
조금 시큼하기는 해도 달콤한 버찌즙이
목줄을 타고 꼴깍꼴깍 넘어간다.
갑자기 어린 시절,
버찌를 따먹으며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옛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쌀독은 바닥을 드러낸 지 이미 오래,
힘겹게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버찌는 우리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소중한 간식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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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 하나가 이토록 많은 기억을 품고
있을 줄 몰랐다.
세상의 풍요로움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
아버지는 그 작은 열매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느끼셨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가끔 잊는다.
작은 것 하나로도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버지의 글을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길을 걷다
버찌나무를 찾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