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 벼이삭을 바라보며 “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분들이야

벼를 수확하는 데 가슴까지 울렁거릴 게

뭐 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농부에게 한 번 물어보라.

내 말이 거짓이 아님을 금세 알게 될 것이다.

해 뜰 무렵, 논머리에 서서

삽자루에 발을 올려놓고 황금처럼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분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추수를 앞둔 농부들의 심정은 아마도,

그런 벅찬 기쁨 때문에 힘든 것도 잊고

농사를 짓는지도 모른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게 쏟아지는 아침 햇살에,

새벽이슬을 머금고 고개 숙인 벼이삭.

농부들의 눈에는

황금알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는 그 자태가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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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글을 읽고 있노라면

결실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귀한지를

다시 깨닫게 된다.

벼를 바라보며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기분.

그건 단순한 '수확'이 아니라,

한 해를 살아낸 땀과 기다림의 깊이에서

오는 마음이었다.

나 역시 어떤 일에 온 마음을 쏟을 때,

비록 아직 결과가 오지 않았더라도

이미 마음이 가득 찬 듯한 그런 순간이 있었다.

그것이 삶의 황금 같은 순간이라는 것을,

아버지 글을 읽으며 다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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