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개구리참외를 베어 물다 “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개구리참외다.

개구리참외를 보는 순간 사기로 마음을 먹고는

주인을 돌아보니 "개구리 참외 드릴까요?"

놀라 자빠질 일이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번갯불 치듯 비닐봉지에 개구리참외를 담아 준다.

겉껍질은 연녹색을 띠지만,

껍질을 벗기면 속살은 잘 익은 홍시처럼 불 그래하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살살 녹을 것 같다.

어린 시절, 꿈에 떡 맛보듯

개구리참외가 생기면

껍질도 아까워서 깎기는커녕 깨끗이 씻어

껍질째 와작와작 깨물어 먹었다.

점포로 돌아와 개구리참외를 깎아 놓고,

얼음물에 발을 담그고 부채질을 하며

홍시 같은 개구리참외를 한 입 베어무니

달콤한 과즙은 목젖을 타고 꼴깍꼴깍 넘어가고,

콧속으로는 그윽한 향기가 퍼져 정신마저 어질어질해진다.

가마솥 불볕더위로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방울은

금세 멎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서늘한 기운이 감돌면서 진저리까지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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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글을 읽으며 깨닫는다.

단순한 과일 하나에도

시간과 계절, 그리고 삶의 추억이

배어 있다는 것을.

개구리참외를 한 입 베어 물 때 퍼지는

그 향기와 감촉은

그저 입속의 맛이 아니라,

어린 날의 여름밤,

가난했지만 서로 웃을 수 있었던 순간들,

그때를 품은 기억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여름을 사는 나도, 언젠가

이 순간들을 이렇게 달콤하고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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