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감자, 구황의 기억“

감자는 농사 중에 하지(夏至)만 지나면

가장 먼저 수확할 수 있는 농작물이다.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감자는 그야말로 구황작물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감자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은 옥수수가 영글 때까지 기다리다가

굶어 죽었거나 초근목피로 겨우

목숨만 이어갔을 것이다.

그러니 감자는 우리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다.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힘겹게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하지가 돌아오면 다래끼를 옆에 차고

감자밭으로 달려가

햇감자를 캐어 쪄서 식구들과 모여 앉아

열무김치를 곁들여 허기를 달랬다.

그때의 감자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무리 감자를 맛나게 요리해도

그때, 그 시절 먹었던 감자 맛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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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글을 읽으며 문득 생각했다.

감자 한 알에는 생존의 간절함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때는 몰랐던 감자의 의미가,

지금 아버지의 글을 통해 가슴 깊이 다가온다.

사는 게 버겁고 고된 순간에도,

나를 버티게 해주는 '조용한 은인' 같은 것들이

늘 내 곁에 있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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