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봄날, 고향의 들녘“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향 봄날의 들녘.
뒷산에는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산자락 끝으로는 도토리 껍질을 엎어놓은 듯
아담한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다정하게 모여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는 실개천이
마을을 감싸 안으며
휘돌아 나가고,
개구쟁이 꼬마들은 산으로 들로 쏘다니며
찔레순, 송기대, 진달래꽃을 따먹으며 조잘거린다.
소를 몰아 논밭을 가는 농부들의 풍년가는 들녘을 가득 채우고,
밀보리 익어가는 냄새에 흥이 난 봄바람은
송홧가루를 흩날린다.
하늘을 찌를 듯 듬성듬성 서 있는 미루나무,
방천둑에서는 송아지 딸린 어미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생각만 해도 향수에 젖어 마음은 벌써
고향 하늘로 달려가지만,
막상 고향을 찾아가 보면
꿈속에서 그리던 옛 모습은 사라지고,
폭삭 늙어버린 촌노처럼 쓸쓸하고
허전한 고향이 서글픔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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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을 읽으며
나도 한참 오래전 내 마음속에만
남은 ‘어떤 풍경’을 떠올렸다.
사라진 들녘, 늙어버린 고향.
그 시간들은 지나갔지만,
흙냄새, 개구쟁이 웃음소리, 풍년가 —
그 모든 것들은 여전히 기억 속에서 살아 있었다.
"진짜 고향은 어쩌면 풍경이 아니라,
그곳에 있던 내 마음"이라는 걸 아버지 글을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