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봄비와 함께 떠나는 봄“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에 꽃잎과
함께 봄이 쓸려 간다.
비가 그치고 나면
산과 들녘은 눈이 시리도록 청초한
푸른 옷으로 갈아입고,
저만치 서성이는 여름을 어서
오라고 손사래를 치겠지?
입춘을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입하가 저만치서 반갑다고
미소 지으며 새색시처럼 사뿐사뿐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여름이 오면 적막했던 숲 속에도
음악회가 열리겠지?
개개비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도
알자리를 찾아
"뻐꾹! 뻐꾹!" 목청껏 노래하고,
휘파람새, 두견이, 꾀꼬리도 이에 뒤질세라
서로 경쟁하듯 노래를 부를 것이다.
머리를 풀어헤친 모판에서는
말 타고 서울로 비단구두 사러 간
오빠가 어서 돌아오라고
뜸부기도 "뜸북! 뜸북!" 목놓아 울겠지?
지금은 농약 탓에 뜸부기 울음소리를
듣기 힘들지만,
옛날에는 아침저녁 들녘에 나서면
뜨거운 햇살보다도 뜸부기 울음소리에 귀가 시끄러웠다.
뜸부기를 생각하니,
어린 시절 뜸부기를 잡으러 다니던 추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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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쓸려간 꽃잎처럼,
시간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흐른다.
계절은 변하지만,
계절을 맞이하던 사람들의 마음,
들녘을 울리던 뜸부기 소리,
여름을 기다리던 설렘은 변하지 않았다.
아버지 글을 읽고 나니
나도 어느새 마음속에 흐드러진 들꽃 한 송이를,
어릴 적 여름 냄새를 품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용히, 그러나 선명하게,
추억이라는 건 시간 속을 헤엄쳐 다시 우리 곁에 오는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