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목련꽃을 바라보며 “
계절의 여왕 4월이 문을 열자
뜰 앞에 죽은 듯 말없이 서 있던 목련나무 가지에서,
봄을 찬미하듯 소복을 한 여인처럼,
곱고 순결한 목련꽃이 가지 가득 꽃망울을 터뜨렸다
목련꽃을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아! 참으로 아름답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태곳적 자태를 보는 듯
참으로 곱고 아름답다.
저 꽃을 피우려고
엄동설한 삭풍이 목련나무 가지 끝에서
미친 사람 널뛰듯
가지를 마구 뒤흔들며,
행여 꽃눈이 다치지 않을까 얼마나
노심초사했을까 생각하니,
마음마저 숙연해진다.
목련나무는 도대체 무슨 재주를 가졌길래
잎도 피우기 전에 꽃부터 피운단 말인가?
그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멧새 한 마리가
목련나무에 사뿐히 내려앉아 축가라도 부르듯
해맑은 목소리로 "찌르륵! 찌르륵!" 노래하며,
앙증맞은 부리를 꽃잎에 대고 향기를 맡는다.
향기에 취한 듯 나풀나풀 춤추며
꽃가지를 넘나들면서 계속해서 노래를 부른다.
말 못 하는 멧새조차
올봄 처음 피어난 목련꽃을 무척이나
반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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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며,
나는 목련꽃이 단순히 화려한 봄의
상징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잎보다 먼저 피워낸 꽃.
견뎌온 겨울을 말없이 품고,
제때가 되어 조용히 세상에 내어놓은 존재.
아버지는 그 눈부신 순간을
찬란함이 아닌 고요한 경외로 바라보셨다.
그 마음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목련 아래 서서
이 봄을, 이 순간을,
한 송이 꽃처럼 조심스레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