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꽃샘추위 속에서 피어나는 봄“

꽃샘추위가 몸부림을 치면서 기승을 부려 보지만

지난겨울이 워낙이나 추워서 그런지

쌀쌀맞게 불어오는 바람도 싱그럽게만 느껴진다.

하늘은 재를 뿌려 놓은 듯 희뿌옇고,

물오른 나무들은 사납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행여나 꽃눈을 다칠세라 자식 기르는 부모처럼

죽기로 작정한 듯 맞서 싸운다.

하지만 봄바람이 없다면

무슨 맛으로 봄의 정취를 느낀단 말인가?

희뿌연 하늘 위로는 꽃구름인양

흰 뭉게구름이 한 조각 두둥실 떠서

남녘에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사 인양

유유자적 북녘으로 흘러가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노랑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춤을 추면서 날아간다.

유달리 추웠던 혹한 속에서도

어떻게 얼어 죽지 않고

화사한 이 봄날 봄나들이를 나왔구나!

노랑나비를 보고 있으려니

어느새 마음까지 편안해지면서

조붓한 오솔길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봄을 알리는 것이 어디 노랑나비뿐인가?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산골짜기 작은 여울에도

경칩에 입이 떨어진 개구리처럼 맑은 물이 "졸졸졸"

흘러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죽은 듯 버티고 서 있던 나무들도

새봄을 맞으려는지 숫처녀 가슴인양

꽃 봉오리를 부풀리고 있고,

땅속의 새싹들도 "영차! 영차!" 하고 힘을 내어

봄을 맞으려 몸부림친다.

____________________

아버지 글을 읽고 있으면,

한 줄기 노랑나비처럼

아주 작은 변화가 큰 희망이 되어 다가오는

순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쌀쌀한 바람, 얼어붙은 산골짜기, 고개를 드는 나무와 새싹들.

그 모든 풍경 속에서 봄은 이미 와 있었다.

마음속이 힘들고 움츠러든 시간에도

조용히 찾아오는 변화를 놓치지 않고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안의 ‘작은 봄’을 믿어야겠다고,

봄바람에 흔들리면서 다짐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골의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