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산길과 나무“

높은 산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마을 집들이 정말로 도토리 껍질을 엎어놓은 듯

조그맣게 내려다 보인다.

이건 나무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등산을 나선 것만 같다.

봄철에 나무를 하러 가면 지게 지고

바람이 난다더니,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한나절이 가까워 오건만

나무는 하나도 못하고 산길만 걷는다.

마을에서 십리도 넘게 너무나 멀리 온 것 같다.

높은 산이라 그런지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마을 가까이에 이렇게 나무가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지게를 내려놓고

나무하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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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글을 읽으며 느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멀리까지 와야 하나'

투덜거릴 수 있지만,

멀리 와서야 비로소 풍성한 나무들을 마주하게 된다

삶도 어쩌면 그렇다.

가까운 곳에는 찾기 어려운 것들을

우리는 멀리 돌아서야 겨우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참 걷고, 지치고,

마음을 다잡은 다음에야

조용히, 다시 시작한다.

아버지의 이 짧은 글은,

나에게도 "조급해하지 말고, 묵묵히 걸어가라"는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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