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정월 대보름 달빛 아래에서 “

하늘나라 왕비님 얼굴인양,

정월 대보름 둥근달이 동쪽 산마루에

음천하게 떠올라

은가루를 뿌리듯 교교한 달빛을 마구 쏟아낸다.

달빛에 이끌려 뜰 앞으로 나서자,

은쟁반 같은 대보름 둥근달이

반갑다는 듯 나를 감싸 안는다.

고고히 흐르는 달빛은 참으로 아름다운데,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엔 아직 한기가 묻어 있다.

대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각자의 마음으로 저 달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소원을 비는 사람, 떠나간 님을 그리는 사람,

고향과 옛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사람.

어린 시절엔 대보름이 오면 남녀노소 모두 모여

둥근달을 반기고, 함께 웃고 즐겼는데,

요즘은 대보름이 와도 달을 올려다보는

이조차 드물다.

바람은 불어 소리를 내고, 비는 내려 소리를 내는데,

달님은 소리도 없이 살포시 떠서

동쪽 하늘 높이 걸려 있다.

달빛을 머리에 이고 대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릴 적 마을 처녀 총각들과

함께 놀던 옛 기억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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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대보름달을 올려다보면서,

아버지 글 속 어린 시절이 내 마음에도

환하게 떠올랐다.

한없이 고요한 달빛 아래,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고 바라보는 시간.

그 속에서 그리움도 소망도 천천히 피어난다.

요즘처럼 바쁘게만 흐르는 세상에서,

아버지 글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라"라고,

"마음을 천천히 달빛에 걸어두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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