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입춘, 봄바람을 타고 오는 새 숨결“
기세등등하던 동장군이 한풀 꺾여
슬그머니 꼬랑지를 말아 쥐더니
서슬 퍼런 입춘에 떠밀려
동토의 고향 시베리아로 돌아가려는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린다.
그 모습이 왠지 앓던 이가 빠진 듯 속 시원하면서도,
미운 정이 들었던 것인지 섭섭하기도 하다.
아침저녁 코끝을 스치는 찬바람 속엔
조금은 싱그러운 봄내음이 실려 있고,
삭풍에 숨도 크게 못 쉬고 서 있던 뜰 앞 벚나무도
봄바람을 맞고는
머지않아 꽃을 피우려는 듯
꽃망울을 볼록 솟게 한다.
꽁꽁 얼어붙었던 땅도,
마침내 겨울잠에서 깨어났나 보다.
________________
아버지의 글을 읽으면,
사계절은 단순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조용히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된다.
강인했던 겨울마저 봄 앞에서는
부드럽게 물러난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벚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작은 꽃망울을 보는 순간,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느낀다.
삶도 어쩌면,
그런 조용한 이별과 기다림의 연속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