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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Feb 09. 2018

지금 이대로, 이 시간이 참 좋다.

다 내려 놓게 하는 고소한 파전

일상의 소소함을 즐기고 있는 중.

- 게으름, 귀찮음, 나태함을 잠시 미루게 되는 고소한 파전 


나는 지금 일상의 소소함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바쁘게 살았나 진짜?'


쪽파 한 단을 거실 바닥에 퍼질러 놓고 

손톱 밑에 낀 흙을 파 낼 정도로 몰입(?)했던 시간이 있었다. 

맵싸한 파의 향기에 눈물도 흘리고 코도 훌쩍였다. 

누군가와 이야기 하듯 TV도 보고, 

매운 마음을 커피로 다스렸다. 



마음이 시리도록 손질하여 

옹기 종기 종이 타월에 말아 둔 쪽파가 

말라서 못먹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하게 되었다. 사실 

거슬러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냉장고의 사정을 알지도 못했고 

알아 보려고 노력도 안했었다. 모름지기 요리치료를 하면서도 ㅠㅠ.


곱게 싼 쪽파를 꺼내 흐르는 물에 씻었다.

아렸던 추위도 조금 누그러졌지만 ...

전을 부치는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려야 맛도 좋은데 말이다.


' 이런 센치한 (감성적인)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내리는 비 대신 베란다 앞 뒤로 얼어 붙은 얼음을 벗삼아 

전을 부치고 있다. 

진한 기름 냄새와 

간장에 넣은 시컴한 식초 향이 기운을 당긴다.


우리 아이들과 이 일을 시작하면서 

집에서는 왠만하면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는 구입하지 않는 나이지만  


자연과 함께 담아온 재료는 

귀차니즘에 빠지려는 나를 일어나게하고 

게을러지려는 나의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게 하고 

나태해지려는 나를 눈뜨게 한다.


먹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이 많았던 내 살림을 반성하면서 

온 종일 집에서 사브작 사브작 거리고 있다. 



지금 이대로의 이 시간이 참 좋다.  



2018.02.09.나는 지금 일상의 소소함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게을러지지 말고 귀차니즘에 빠지지 말고 나태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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