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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대디 Feb 05. 2020

행복을 선택할 용기

나는 행복한 아빠가 되기를 선택했다.

달그락 달그락     


 평일 오후. 점심 식사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식기 건조대에 깨끗해진 그릇을 켜켜이 쌓아 올리면 왠지 모를 상쾌함과 성취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설거지를 좋아한다. 요즘 들어 설거지가 좋아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건 바로 설거지를 하는 동안 아내와 아들의 노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집 주방의 개수대는 거실을 향하여 설치되어있다. 그래서 설거지를 하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아내와 아들이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와 작고 귀여운 아들의 모습은 절로 아빠 미소를 띠게 한다. 눈앞의 이런 장면은 별다른 자극이 없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감과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다. ‘집에 아기가 있다는 것이 이런 맛이구나’ 새삼스럽게 감동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아들이지만, 10개월 차 초보 아빠인 나는 이전에 해보지 않은 많은 걱정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받아드리는 삶의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행복감과 불안감.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두 감정은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이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워.’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연인들의 대화일 것이다. 연인의 품에 안겨 포근함과 따뜻함, 행복감은 잔잔한 감동이 되지만, 언젠가 이 행복이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때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와 비슷하다. 아들을 키우며 느끼는 행복감, 충만감과 함께 불안감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들이 감기에 걸리진 않을지, 앞으로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나의 언행이 아들을 망치진 않을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들이 장성했을 때 사회는 어떨지, 어떻게 그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지, 그에 따른 경제적 지원은 어떻게 해줄지, 그럼 나는 지금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등등 걱정이 끝이 없어진다. 설거지를 마칠 즈음 질척거리는 걱정의 구덩이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런 고민은 짧은 순간을 했다고 해도 나의 정신 체력을 금새 바닥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날 저녁, 노을을 만들며 지는 해처럼 이런 고민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잠들 시간이 지났는데도 마냥 신난 아들을 가운데 두고 아내와 함께 누웠다. 아들은 뭐가 그리 행복한지 소리를 지르며 엄마, 아빠의 몸을 기어오르고 내렸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돌고 있는 아들을 보며 ‘아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나와 아내의 울타리 안에서 행복감에 온전히 들어가 있는 것처럼 나 역시 지금의 이 행복감 안에 온전히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의 밖에서 행복을 바라보며, 불안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함을 선택하고 행복감을 더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감정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용수로를 만들고 의도적으로 감정의 흐름을 제어해야 함을 깨달았다. 여전히 아들에 대한 걱정은 남아있지만, 과감히 그것으로부터 뒤돌아서서 행복을 선택할 용기도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행복과 감사를 선택할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불안과 걱정에 굳어진 표정의 아빠가 아닌 함께 호흡하고 웃어주는 아빠. 그날 밤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용기를 내보았다. 나는 행복한 아빠가 되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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