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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명한 투자자 Jun 29. 2021

나는 당신과 똑같이 살지 않을 권리가 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현금흐름사분면

내가 인생에서 진정으로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선택은 하나뿐이다.
"진실을 찾기 위해서 기꺼이 투쟁할 것인가?"
- 원칙, 레이 달리오, p.273 -

집에 TV를 없앴더니...

TV가 없는 집이 꿈이었다. 다행히 아내도 그랬다. 결혼 후에 우리는 꿈을 이뤘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집에 TV 없다고 말하면 반응이 한결같았다.


"뭐? TV가 없다고? 그럼 집에서 뭐하냐?"


사람들은 내가 큰 비밀을 말한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며 되물었다. 심지어 어머니도 똑같았다.


"집에 TV가 있어야지. 다른 집에 다 있는데. TV 없으면 안 돼."


나는 결혼하고 나서야 비로소 TV가 우리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정답 사회, 대한민국

우리 사회에는 인생의 정답(?) 공식 같은 것이 존재한다. 그 공식을 밟아온 삶을 우리는 성공한 인생이라고 부른다. 그 결과, 자신의 삶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찾기 쉬운 곳은 직장이다.


"나는 회사에서 일만 했어. 제일 먼저 출근해서 켜고, 제일 늦게 남아서 끄고 퇴근하고 말이지."

"요즘 사람들은 끈기가 없어. 조직 생활은 말이야 그렇게 하면 안 돼."


나의 어머니도 인생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말씀하셨다. 그래서 TV가 없다는 나의 작은 오답도 받아들이지 못하셨던 것이다.


현금흐름사분면?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2>에서 단 하나의 그림만 설명한다. 원제는 <The Cashflow Quadrant>이다. 직역하면 현금흐름 4분면이다. 나는 이 그림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고작 하나의 면에 위치한 삶일 뿐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림 1) 출처 :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2>, 로버트 기요사키, 황금가지, p.12쪽 발췌


로버트는 돈을 버는 네 가지 방식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현금흐름 사분면이다.

<E> : 급여를 받아 생활하는 노동자

<S> : 스스로를 고용한 자영업자 또는 전문직 종사자

<B> : 다른 사람들이 시스템을 운영하게 만드는 사업가

<I> : 사업가나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

그림 2) 현금흐름 사분면은 크게 왼쪽 편과 오른쪽 편으로 나뉜다.


현금흐름 사분면은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눌 수 있다.

왼쪽 면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시간이 일하게 한다. 2. 내가 시스템 자체이므로 내가 일해야 한다. 3.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


반대로 오른쪽 면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돈이 일하게 한다. 2. 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일은 다른 사람을 시킨다. 3.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우리가 정답이라고 믿었던 것들, 그러니까 조직에 충성을 다하고 승진시험을 봐서 임원이 되거나, 로스쿨에 진학해서 변호사가 되는 것 등은 모두 왼쪽 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E>와 <S>의 공통점은 나 자신과 나의 시간을 갈아 넣어야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김승호 회장의 저서 <돈의 속성>에는 이런 자료가 있다. 대졸 신입사원 1,000명이 입사하면 부장까지 승진하는 사람이 스물네 명이고 임원까지 오르는 사람은 일곱 명이라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 결과가 그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E>에서 성공할 확률은 0.7%이다. 우리는 직장에서 0.7% 안에 들기 위해 코피가 터지도록 야근하고 상사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줄어든다.


그러나 반대로 오른쪽 면의 사람들은 자신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시간이 남는다. <B>는 돈을 버는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들을 고용하여 남이 일을 하게 만든다. <I>는 <B>에게 투자해 일을 하게 만들거나, 자산을 사는 방법으로 돈이 일하게 만든다.  덕분에 이들은 가장 귀중한 자산인 시간을 원하는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내 부자 아버지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첫째, 많은 시간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둘째, 돈이 있어서 자신이 지원하는 활동과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
셋째, 공동체에 일자리와 재정적 안정을 제공한다.
넷째, 시간과 돈이 있어서 건강을 돌본다.
다섯째,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한다.

부자 아버지는 말했다. "그래서 내게는 돈이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평생 돈에 얽매여 돈을 위해 일하고 싶지는 않다."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 p.32 -

부자들의 자녀가 높은 확률로 부자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왼쪽 면의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서 자녀들에게 부자가 되는 방법을 가르치지 못하는 반면, 오른쪽 면의 사람들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금융지능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왼쪽 면에서 시간과 육체와 정신쥐어짜며 생활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른쪽 면으로 이동해야만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정확히 계산해보진 않았지만, <E>에서 <I>로 돈을 이동시켜 경제적 안정을 얻을 확률이 임원이 될 확률보다는 높을 것이다.

그림 3) 경제적 안정의 패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2>, p.103 발췌


후회하는 인생은 무엇일까

나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셨다. 나에게는 친구 같던 아버지. 그는 가족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남들은 땅을 사놨다는데, 우리는 뭐 하는 거냐."며 바가지를 긁던 어머니의 등살에도 꿋꿋하게 청렴한 공무원의 삶을 사셨다. 근정훈장 수훈자인 자랑스러운 나의 아버지는 9년 전에 사고로 돌아가셨다.


항상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던 어머니와 나에게 웃음을 주기 시작한 것은 아내와 작년에 태어난 아들이다. 특히 손주의 웃음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하신다.


아들이 태어나고 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한이 되었다. 나는 아버지가 명품 지갑, 외제차, 넓은 집을 못 써본 것에 여한이 없다. 그러나 내가 취직한 모습을 못 본 것, 내 아내를 만나지 못한 것, 손자가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것, 당신에게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달려가는 손자를 와락 안아보지 못한 것들은 정말 한이 된다.


가족의 죽음을 겪으면서 나는 내가 죽을 때 후회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야근을 더 못한 것, 승진에 누락된 것, 벤츠를 못 타본 것, 40평대 아파트에 못 살아본 것들은 죽는 순간에 후회할 가치조차 없는 것들이다.


대신에 나는 가족의 행복한 순간들에 나만 부재할까 봐 무섭고, 함께 못했다는 사실을 후회하게 될까 봐 두렵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에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로버트는 그 방법을 현금흐름 사분면의 오른편에서 찾으라고 알려준 것이다.


역사적으로 자유는 쟁취하기도, 지키기도 어려운 것이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내가 사업가나 투자자가 된다고? 그건 똑똑한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 나는 그렇게 못해. 이건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야. 그리고 그건 엄청나게 어려운 거잖아. 사업이나 투자하다가 망하면 어떻게 할 건데."


왼쪽이나 오른쪽 면의 현금흐름 방식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다만 나는 '자유'를 선택하기로 했다.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유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쟁취하기도, 계속 지키기도 어려운 소중한 가치다.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프랑스의 혁명군이 그랬고, 미국의 독립군이 그랬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 대한의 광복군이 그랬고, 북한의 침략을 막은 국군이 그랬다. 시민의 자유를 위해 피를 흘린 4.19. 혁명과 6월 민주항쟁도 그랬다. 먼저 피를 흘린 그들 덕분에 우리는 지금 편하게 자유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나는 <E>분면이 정답이라며 같은 삶을 강요하는 사람들의 말을 무시할 것이다.

나는 당신과 똑같이 살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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