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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Dec 12. 2021

당신은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요?

행복한 노년을 위한 질문

"시간이 안 가서 죽겠어! 빨리 죽던지 해야지 원."

약국에 오신 한 할아버지의 말이다. 말로는 '빨리 죽어야지'라고 하지만 매달 꼬박꼬박 혈압약은 타러 오신다.

"산책도 하고 친구 분도 만나고 책도 읽으시면 되죠. 아니면 재밌는 취미 생활을 한 번 만들어보세요."

안타까운 마음에 한 마디 건넨다.


"다리가 아파서 산책도 오래 못해. 눈도 침침해서 책도 못 읽고.. 이 나이에 재밌는 게 뭐 있겠어?"

정년 퇴임 후 이렇다 할 취미 생활이나 소일거리도 없이,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료한 삶을 보내는 노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약국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특히 은퇴 후의 노인들을 보면 저마다 눈빛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앞에 말한 할아버지처럼 지겨워 죽겠다는 얼굴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눈에 힘이 없고 눈빛에 짜증만 가득하다. 다리가 아파서 걷는 것도 오래 못하지만 남들이 운동해야 된다고 하니 억지로 잠깐 산책을 다녀온다. 그러고 나면 할 일은 없고 시간이 남아돌아 집에서 멍하니 텔레비전만 보다 잠이 든다. 하지만 활동량이 없으니 잠도 푹 못 자는 악순환에 시달린다.


실제로 평생 일만 하다 퇴직하신 할아버지들 중에 이런 분들이 많다.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곁눈질할 틈도 없이 앞만 보며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 막상 정년이 되어 퇴임을 하고 나니 갈 곳도 없고 불러 주는 곳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만 하느라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조차 모른 채 나이가 들어버린 할아버지들을 보면 안타깝다. 혼자서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모르니 시간은 넘쳐나고, 가만히 있으니 여기저기 몸은 더 아픈 것 같고, 결국 짜증만 늘어가는 노인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노년을 아주 재밌게 살아가는 분들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분들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이런 사람들의 눈은 반짝거린다. 눈빛에서 즐거움과 행복이 느껴진다.


퇴직 후 그동안 취미로 해오던 붓글씨를 본격적으로 배웠더니 전국 대회에서 상도 받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자랑하는 할아버지, 늦은 나이지만 드론을 배운다는 할아버지, 어릴 때 좋아하던 그림을 다시 배워보고 싶어 학원에 등록했다며 멋진 그림을 그려 약국에 가져다주시는 분도 있다.


돈을 위한 일이 아닌 순수하게 재미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고, 그것에 몰입하여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람을 젊게 만드는 최고의 묘약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그래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 경제적인 노후 준비는 필수다.


이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된다고 은퇴 후의 삶이 만족스러운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재정적 독립은 은퇴의 중요한 일부분일 뿐이다.


은퇴 후의 삶이란 돈을 벌기 위해 직업으로 해왔던 일을 그만두고 온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은퇴 후에는 나의 삶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해주는 일,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찾아 진짜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은퇴는 끝이 아닌 시작이고 은퇴 후에도 삶은 지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미리 찾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읽고 쓰는 일로 노년을 채우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시간은 넘쳐나고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읽을 책은 많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노년이 두렵지 않고 은퇴 후의 삶이 걱정되지도 않는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야 될 것이다.


개인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다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 글을 쓰고, 틈틈이 시간 날 때 햇빛을 쬐며 산책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좋은 차, 좋은 집, 사회적 성공, 타인의 인정, 명예 같은 것도 물론 중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것들이 행복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을 때, 진정으로 좋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은 그런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는지, 삶의 많은 순간에 소소한 기쁨을 느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행복은 크기가 아닌 빈도라는 말이 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진정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찾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은퇴 후에 온전히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일들로 하루하루를 채운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아, 행복한 삶이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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