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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Dec 20. 2021

할아버지에게 배운 삶의 태도

"약사 지금 안 바쁘면 이것 좀 봐줘."

매달 혈압약을 타러 오시는 할아버지께서 자신의 폰을 내밀었다. '부정맥에 좋은 영양제'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어르신 갑자기 이건 왜요? 누가 부정맥이 있어요?"

"아니 내가 얼마 전에 계속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럽고 해서 병원에 갔더니 글쎄, 부정맥이라는 거야. 근데 의사가 뭐 특별히 약은 안 먹어도 된다고.. 좀 조심하면 괜찮다고 하네. 그래도 나는 걱정이 되니까 한번 찾아봤어. 그런 걸 먹으면 좋다고 하는데, 나는 어떤 건지 잘 모르니까 약사가 보고 그런 영양제 하나 줘봐. 지금 안 바쁘니까 귀찮다 생각하지 말고 공부한다 생각하고 한번 봐줘."


그 할아버지는 80이 넘은 연세인데도 정정하셔서 올 때마다 농담도 하고, 나에게 손녀딸 같다며 유난히 친근하게 대하던 분이셨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조금 핼쑥해 보이셨다.


"그럼요 어르신, 제가 한번 봐드릴게요. 그래서 오늘 좀 기운이 없어 보이셨구나. 지금은 괜찮으세요?"

"응 그날 병원에서 검사하고 주사도 맞고 집에 와서 며칠 쉬었더니 이제 좀 괜찮아"

"다행이네요. 잠시만요. 제가 한번 볼게요."




부정맥이란 심장박동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으로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빈맥) 느려지거나(서맥) 혹은 불규칙해진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숨이 차고 어지럽거나 가슴 통증, 두근거림 등이 있다.


약을 복용하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되는 경우도 있지만, 경증인 경우 특별한 약 처방 없이 식이조절, 생활습관 교정만 하는 경우도 있다.


할아버지의 경우 특별한 약 처방은 없었고 대신 술, 담배, 그리고 커피 같은 카페인 음료를 자제하고, 심장에 부담이 될 정도의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말라는 처방이 내려졌다고 한다.


동영상에서는 부정맥에 좋은 영양소로 마그네슘, 코엔자임 Q10, 비타민B군, 셀레늄을 추천했다. 마그네슘은 급성 부정맥이 왔을 때 응급실에서 주사제로도 쓸 만큼 근육, 신경 안정에 도움이 되는 미네랄이다. 코엔자임 Q10은 심장의 에너지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소이고 비타민 B군도 심장의 신진대사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셀레늄 역시 심장 기능을 강화시켜주는 미네랄이다.


동영상을 보고 할아버지께 하나씩 설명하며 셀레늄과 마그네슘, 비타민 B군이 골고루 들어있는 비타민 미네랄 복합제 하나와 코엔자임 Q10이 고함량 들어있는 영양제 하나를 선택해서 드렸다. 영양제를 받아 든 할아버지는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며 가셨다.


적지 않은 연세임에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 유튜브에서 직접 동영상을 검색해보고 약국에 찾아와 문의를 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나이가 들어서도 공부하고 배우려는 태도, 본인 건강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나는 80살이 넘어서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배우며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잃는 순간부터 늙는다고 생각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제 나이와 관계없이 젊어도 이미 나이 든 사람처럼 자신의 틀에 갇혀 발전이 없는 경우도 있고, 그 할아버지처럼 80살이 넘었지만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서 공부하고 배우려 하는 젊은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도 나이가 들고 늙어도 그 할아버지처럼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말라서 굳어버린 딱딱한 나뭇가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스펀지 같은 자세로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누구든 최소한 자기 몸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질환이 있어서 약을 복용하더라도 의사가 처방해 주는 대로 또는 약사가 주는 대로 약만 먹으면 괜찮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지킨다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의사나 약사에게 본인의 건강을 맡기지는 말자. 전문인 역시 보조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일 뿐, 누구도 내 건강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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