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이 또 올랐나? 왜 이리 비싸노?"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다. 처음에는 약값 계산이 잘못되었나 하고 깜짝 놀라 다시 일일이 확인하던 나도 이제 '그러려니' 한다. 확인했을 때 정말 계산이 잘못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잠시만요, 제가 한번 봐드릴게요. 음... 예전에 혈압약만 드실 때는 한 달분이 15000원이었는데 두 달 전부터 고지혈증 약이 추가돼서 이 금액이 맞아요. 저번 달에도 똑같이 타가셨는데 깜박하셨나 보다."
잘못 계산된 게 아님을 증명하려는 방어적인 태도 대신, 여유 있는 태도로 웃으며 차분히 설명해주면 상대 역시 멋쩍게 웃으며 "아, 그랬나?"하고 계산을 한다.
심지어 약값이 오른 지가 1년이 지났는데 1년 전 가격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 본인의 리즈 시절을 기억하듯 약값은 가장 쌀 때만 기억하는 걸까?!
"내가 몇 군데를 지나쳐서 여기까지 오는데~~ 500원 그건 뭐한다고 받노? 고마 안 받으면 되지!"
물론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약값이 비싸다고 나에게 따지거나 뭐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안다. 다만 나이가 들어서 수입은 없는데, 몸은 아프고 약값은 많이 드니 일종의 하소연을 하는 것임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는 그에 합당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당장 500원, 1000원 깎아주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건강한 약국 문화를 위해서는 그러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기에, 손님들과 옥신각신 실랑이를 하며 좋게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무조건 싸게 산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가치가 있다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올바른 소비다.
-약값 시비로 힘든 어느 근무약사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