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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Jan 10. 2022

행복지수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

행복 씨앗 심기

며칠 전 새로운 차(tea) 티백을 구입했다.


이 차를 알게 된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카페에서 처음 보는 메뉴라 궁금한 마음에 주문해 보았는데 한 모금 마시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냉침으로 시원하게 마셨는데 처음 느껴보는 향긋하고 달콤한 맛이었다. 브랜드 명을 확인하고 검색해보니 백차와 여러 가지 과일이 블렌딩 된 티라고 나와있었다.


겨울에 따뜻하게 마셔도 좋을 것 같아서 휴대폰 캘린더 앱에 새해 첫날 할 일로 '차 티백 구입'을 입력하고, 브랜드 명과 차 종류도 메모해 놓았다. 미래의 나에게 새해 선물을 남겨놓은 것이다.


그동안 잊고 지내다가 며칠 전 일정표에서 메모를 확인하고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혼자 웃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티백이 도착하자마자 하나 꺼내서 따뜻하게 마셔봤는데 역시나 맛있다! 과거의 내가 심어놓은 행복 씨앗 덕분에 향긋한 차 한잔의 행복을 느낀 하루였다.   



 

이것처럼 나는 휴대폰 일정표에 미래의 나를 즐겁게 해 줄 행복 씨앗을 심어놓는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주는 선물 같은 느낌으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순간들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다.


서점 나들이 가는 날

좋아하는 카페 가는 날

가보고 싶었던 맛집 가는 날

마스크팩 하는 날

좋아하는 잡지 읽는 날

사고 싶은 물건 쇼핑하는 날

보고 싶었던 영화 보는 날


이렇게 사소하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시간을 일정표에 미리 마련해두는 것을 '행복 씨앗을 심는다'고 표현한다.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다르기 때문에, 행복 씨앗을 심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서점은 언제 가도 설레고 즐거운 곳이지만,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날짜를 정해놓고 서점 나들이를 간다. 마치 어린 시절 종합과자 선물세트를 받으면 어느 걸 먼저 먹을까 하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것처럼,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서점은 그런 공간이다. 서점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새 책 냄새도 좋다.


수많은 책들로 가득 찬 공간을 천천히 거닐면서 궁금하고 흥미로운 책들을 살펴보다 보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곤 한다. 다른 누군가와 함께일 필요도 없다. 그저 혼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오면 그것만으로도 충만한 행복을 느낀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좋든 싫든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에도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잠시 스쳐가는 사람 등 수많은 타인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사회적인 역할에 맞는 행동을 하기 위해 노력하며 타인을 배려하지만, 정작 자신을 돌보는 일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기분이 좋고 행복한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나만을 위한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그 리스트를 씨앗 뿌리듯 일정표 여기저기에 하나씩 심어놓는 것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어느 날 그 씨앗을 발견하면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올수록 일상을 살아가는 에너지도 충만해진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처럼 사소한 행복을 자주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작은 행복은 누가 주거나 우연히 생기는 것도 있겠지만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 오기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듦으로써 스스로 행복해지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행복 씨앗 심기는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들을 스스로 만들어놓는다는 점에서 능동적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라는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여유시간에 할 수 없다.

현대인에게 여유란
쉽게 가질 수 없는 한정판 시계 같으므로.

그렇다면 여유의 개념을 조금 바꾸자.

소중한 사람의 케이크 조각을 미리 떼어놓듯
하루 혹은 일주일 시간의 일부 조각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미리 떼어 놓을 것.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마련할 것.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김은주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기에, 시간의 일부를 미리 떼어놓지 않으면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 혹시 여유가 생긴다 하더라도 미리 적어두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멍하니 티브이를 보거나 침대에 누워 폰을 들여다보며 의미 없이 시간을 허비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리 나를 위한 온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 약속을 잡듯, 설레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충만하고 신나게 만드는 일들로 일정표를 채워보자.


해야 할 일, 타인과의 약속으로만 채워져 있던 일정표에 이런 행복 씨앗을 심는다면 삶의 행복지수가 분명 높아질 것이다.(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이니 믿어도 좋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사람,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나 자신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행복하고 마음의 여유가 충분해야 타인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에너지도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늘부터 일정표에 할 일만 적어놓지 말고 행복 씨앗도 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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