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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철도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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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22. 2019

사랑을 믿게 되었을 때

철도-3


*본 철도 3편은 진한 애정 장면이 묘사되어있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철도 3 : 사랑을 믿게 되었을 때


첫 섹스는 광주에 있는 한 모텔에서 이루어졌다. 콘돔을 사용했기 때문에 임신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또한 순결을 잃어버린다는 개소리도 나를 괴롭히지는 못했다. 내 유일한 두려움은 오로지 육체적 고통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남자의 페니스를 그때 처음 봤다. 생각만큼 거대하지는 않았지만 – 그렇다고 실망을 하지는 않았다 - 내 몸속에 들어오기에는 여전히 조금 커다랗다고 생각되었다. 그가 내 몸속으로 들어올 때 아프지는 않을까? 아프다면 얼마나 아플까? 그 당시 나에게 섹스는 쾌락의 원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공포의 근원으로 다가왔다.



제민과 나 모두 섹스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상당히 고전했다. 그의 페니스는 정말 단단하고 높게 발기되었지만, 제민은 그 성적 에너지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 역시 섹스를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우리는 몇 번의 서툰 애무를 했다. 그는 내 가슴을 손으로 어루만져 주었고, 혀로 젖꼭지를 간질여 주기도 했다. 그의 혀 끝이 내 젖꼭지에 닿을 때 조금 간지러웠지만 그것은 기분 좋은 가려움으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의 페니스를 손에 쥐고 위아래로 흔들어주었다. 그는 ‘아!’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조금은 부드럽게 해 줄 수 있냐고 내게 물었다. 난 그때 페니스야말로 남자가 가진 가장 연약한 신체부위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의 고환도 손으로 살며시 잡아주었다. 제민은 거의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그곳은 ‘스치듯이’ 만져주면 좋을 것 같다고 내게 말했다. 나는 다시 한번 페니스보다 고환이 더 연약한 신체 부위라는 지식 역시 확실히 습득하게 되었다. 


“이게 다 브로콜리 너마저 때문이야.”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섹스가 끝나고 내가 제민에게 말했다. 우리는 광주로 브로콜리 너마저 공연을 보러 갔었고, 예상보다 공연이 길어져 목포로 내려가는 버스가 끊기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는 ‘잠만 자고 가자’며 모텔로 오게 된 것이다. 제민은 부끄러운 듯이 “맞아…”라고 말하며 옆에 누워있는 나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우리가 했던 섹스가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알게 해 주었다.



우리는 12월 27일에 사귀었다. 제민이 내게 먼저 고백을 해왔고, 그 고백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툴러서 거의 웃음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서투름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능숙한 고백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니까. 제민과 함께 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언젠가 나는 책 구절에서 <오로지 사랑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만이 사랑을 믿지 않는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말은 진실이었다. 한 번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은 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간이 결코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다 엿이나 먹으라고 했지? 나도 이제 네 생각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제민에게 말했다. 


“정말? 언제는 나보고 소녀시대 티파니 같다며?”


 제민이 내게 대꾸했다.


“나 사실 티파니 좋아해. 가끔은 그렇게 천진난만한 낙천성을 가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그의 대꾸에 이렇게 말했고 그건 진심이었다. 나는 어쩌면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채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을 믿고, 사랑을 믿고,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믿자,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제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 날, 나의 모든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너무나도 잔인하며, 그 어떠한 희망도 허락하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에디터 김세라

안녕하세요, 김세라입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소설과 예술 작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아마존에 상품 검색을 하듯이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예술 작품들을 검색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연애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낭만적인 연애를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절대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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