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의 흔한 고민 - 3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몇 가지 아주 간단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결혼’의 개념을 잘 모르는 유아만 아니라면 누구든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1. 결혼의 당사자는 누구인가?
2. 결혼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결정할 전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3. 결혼 준비 과정과 결혼식 그리고 결혼식 이후의 삶을 영위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사람들에게 위의 3가지 질문을 던지면, 상식적으로는 ‘결혼해서 남은 인생을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한 남녀 당사자’라고 대답할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단언컨대, 실제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한 쌍의 연인이 온전히 결정권자이자 주체가 되어 무언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결혼을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보는 경향이 유독 짙었으며, 이러한 경향과 세태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매 혹은 선을 봐서 결혼을 하는 경우에는 서로 간의 조건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결혼은 곧 집안끼리의 결합’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연애의 연장선상으로서 결혼을 결심하는 커플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집안끼리의 결합’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 ‘엄마 말대로 준비하는 결혼’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는 참 어렵다.
3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생각하는 친구가 “넌 언제 결혼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남자친구도 나도 우리 둘 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라고 대답한 반면, 친구는 “적어도 29살에는 안 할 거야”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이 비교적 ‘상식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친구의 대답은 나를 ‘읭?’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아무리 결혼하고 싶은 나이를 명확하게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는 ‘2n(3n) 살에 하고 싶어’ 혹은 ‘20대는 안 넘기려고’, ‘20대에 결혼은 너무 빨라. 난 다 즐기고 30대 초중반에 하고 싶어’, ‘나하고 싶을 때!’라고 말하는 것이 보통의 대답일 것이다. 하지만 “29살에는 하고 싶지 않아”라는 대답은 정말 의외였기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엄마가 아홉수에는 결혼하는 거 아니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친구의 대답만 들어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결혼을 얼마나 집안과 어른들의 의사결정에 의지하고 또 맡겨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물론 이 친구의 대답이 ‘매우 특이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더라도 말이다). 주변에 물어보면, 아니 속된 말로 길 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물어봐도 “결혼은 누가 하는 거죠?”라는 대답에 “부모님이요” 혹은 “집안 어른들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모두들 대답은 “결혼 당사자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대답은 이렇게 해도 실제로 결혼이 자신의 일이 되면 부모님 혹은 시댁에 결혼 허락을 받는 것부터 언제 결혼할지, 결혼식 과정에 무엇을 추가하고 무엇을 뺄지 등을 스스로 결정하기보다 집안 어른들에게 결정을 미루거나 맡겨둬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물론 결혼을 두 번 이상 해본 것이 아닌 이상 대부분 ‘결혼은 처음이라서…’라는 이유로 경험 있는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조언 정도 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엄마가 사주를 보니 나는 30살 이전에 결혼하면 무조건 이혼한대!’ 혹은 ‘아홉수에는 결혼하면 안 된대’, ‘나는 가족이랑 친구들 몇 명만 불러서 간소하게 하고 싶은데 양가 부모님이 절대 반대하셔서 그냥 남들처럼 웨딩홀에서 크게 하기로 했어’ 등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결혼을 결정짓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집이나 혼수, 예단 등을 마련할 때 허례허식이 많이 따르기 때문이라. 사회초년생인 20, 30대들의 경제적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결혼 비용을 부모님이나 집안에서 보태줌으로써, 집안 어른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배은망덕한 자식이 아니고서야 어찌 결혼 비용은 비용대로 받고 결정은 독단적으로, 부모님 의견 다 무시하고 해 버리겠는가? 애초부터 어불성설이다.
29살이라는 나이는 누가 봐도 어른이다. 길가에 내버려두고 가도 어떻게든 제 살 길을 찾을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결혼은 29살 혼자서는 무엇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9살짜리 아이처럼 만들어버린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결혼하고 싶을 때’가 우선이 아니라 ‘아홉수에는 결혼하는 거 아니래’라는 엄마의 말이 우선시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과의 트러블을 극도로 싫어하고 조화를 추구하는 친구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말씀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아홉수는 No!’라고 외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 연애에서는 주체적으로 행동하면서 결혼에 있어서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환경이 씁쓸하게 여겨질 따름이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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