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Sep 16. 2019

상대가 나에게 전부 맞춰주길
바라나요?

연애는 일방적인 희생과 요구만으로 유지될 수 없어요


사소한 것이던, 중대한 일이건 남자친구와 한 번씩 다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헤어질 생각이 아니라면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은 지루하고도 힘들지만 분명 필요한 일이다. 아무리 해도 좁힐 수 없는 간극이라면 헤어짐이 상책이겠지만, 합의 가능한 부분이면 맞춰가려는 노력도 연애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며칠 전에도 아주 사소한 것으로 남자친구와 다퉜다. 다툰 후에는 바로 화해를 위한 대화의 시간에 돌입했다. 사실 나는 다투면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타입이지만, 남자친구는 다툰 후에 바로 풀어야 하는 타입이다. 또 남자친구는 감정적인 상태일지라도 ‘논리적으로’ 말할 것, 그리고 해결책은 누구라도 납득 가능한 ‘이성적인’ 선 안에서 도출되어야 할 것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처음 사귈 때는 이 부분이 참 힘들었지만, 내가 남자친구의 방식에 맞춤으로써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툼 후 화해하는 과정에 있어서는 내가 양보를 했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남자친구가 나에게 맞춰주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양보하고, 절충을 통해 합의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물론 우리 커플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정상적인 커플이라면 이렇게 조율의 과정을 거쳐 사랑을 유지해나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있노라면, 항상 떠오르는 한 선배의 황당한 말이 있다.



때는 내가 대학교를 다니고 있던 2010년대 초반. 그때 나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고, 동갑내기 남자친구와는 굉장히 사소한 것으로도 질투를 많이 하고 다투기도 잘 다퉜다. 하지만 거리가 거리인 만큼 다툰 후에도 바로 만나서 얼굴 보고 화해를 하기 어려웠고, 어쩔 수 없이 전화와 문자로 화해를 하며 애절함을 달래곤 했었다. 또 장거리 연애였고 서로 학생이라 금전 상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자주 만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들을 견뎌내며 나름대로 잘 사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임 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한 선배는 갑자기 나에게 “아직도 안 헤어졌어? 너네 되게 잘 만난다”라고 하며 칭찬 아닌 비꼼을 선사했다. 동시에 “네가 자주 가니 아니면 남자친구가 자주 올라오니? 남자친구한테 자주 올라오라고 해, 남자가 와야지. 그리고 데이트하고 남자친구가 집까지 데려다 주니? 한 번도 데려다준 적 없다고? 어머, 내 남자친구는 아무리 멀어도 집까지 데리러 오고 또 데이트한 후에는 집까지 데려다주고 가는데…”라며 내 연애에 훈수를 두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평소의 나는 각자의 연애 방식이 다르니 다른 커플이 어떻게 연애를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렇게 다른 커플의 연애사에 마음대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참 예의가 없는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게다가 선배는 걸핏하면 ‘남자가 여자한테 맞춰줘야지’, ‘커플링은 남자가 여자한테 해주는 거지’, ‘차 있는 남자 한 번 만나면 다음부터는 뚜벅이는 못 만나겠더라’ 등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 본인의 말과 행동은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의 희생만 바라면서 ‘공주 대접’ 받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물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기에 남자친구의 일방적 희생만을 바라는 여자친구의 예시를 들게 되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면서 상대방의 양보와 희생만을 바라는 이기적인 관계는 연애에서 뿐만 아니라 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희생하는 쪽이 지쳐버리면 쉽게 끝날 관계다.


극한의 상황에서는 모성애조차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는데, 누구 하나가 희생의 어려움과 힘듦으로 말미암아 관계 유지를 포기한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쯤에서 우리 모두 한 번쯤 되돌아보자. 나는 내 연인을 대할 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다가서고 있는지, 일방적인 희생만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결혼에 대한 좋고 나쁨의 단상> 목차 보러 가기

스튜디오 크로아상 콘텐츠 보러 가기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유독 나의 연애만 힘든 이유

H언니가 결혼을 결심한 이유

유혜주 가봉스냅 드레스는 어디 브랜드야?



매거진의 이전글 돈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