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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06. 2019

신혼부부 2년 차,
만기 전 이사 매물 찾기

1편, 이 코딱지만 한 집에선 더 이상 못 살겠어!

나의 첫 신혼집은 남편이 걸어서 직장에 다닐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에 있었다. 집 근처엔 프랜차이즈 카페나 음식점이 즐비했고, 영화관, 아트홀, 마트도 인접해 있어 외식과 문화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었지만, 그만큼 주거비가 비쌌다. 비싼 만큼 넓은 집에 들어갈 목돈은 없었고, 깨끗하지만 좁은 신축 빌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집이 좁으니 점점 늘어가는 짐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미니멀리즘과 거리가 먼 나는 14평 방 2칸이 마치 나를 옥죄는 것 같았다. 결국 2년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이사를 결심했다. 


집을 구할 때 사용했던 호갱노노 앱과 네이버 부동산


아 무조건 방 3칸으로 가야겠다


조건은 ‘서울 내, 강남 접근성이 괜찮은 방 3칸 아파트'였다. 직주근접을 중요하게 여겼던 남편은 처음엔 마땅치 않아하다가, 끈질긴 나의 설득과 불평에 회유되어 지역 범위를 넓혀 알아볼 수 있었다.  


호갱노노 앱과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사전 조사를 했다.

호갱노노 앱에서 전세금 범위, 입주 년 차, 평수 등을 설정하고 조회하면, 지하철 30분 거리에 있는 매물을 서칭 할 수 있다. 매물을 선택하면 최근 실거래 가격을 알 수 있다. (평균 가는 볼 필요 없다.) 내부 평면도가 하단에 나와있는데, 면적별 평면도를 자세히 보고 싶으면 ‘네이버 부동산에서 평면도 보기'를 누르면 된다. 아파트에 대한 실제 주민들의 후기도 볼 수 있으니 꼭 참고하자. 

   

네이버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매물을 등재하는 부동산에 전화했다.  

열심히 하는 부동산이 똑똑하게 처리해줄 가능성이 높다. 맹신은 금물. 확률적으로 높다는 이야기다. 허위 매물이 많으니 경계하자. 이사 날짜를 이야기하고 시기적으로 맞는 매물이 있는지 알아본다. 원하는 매물이 있다면 가능한 빨리 직접 보고 판단하고, 없다면 연락처를 남겨 매물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한다. 우리는 구축과 신축 아파트를 모두 돌아보았다. 하지만 첫 입주를 신축으로 들어갔기에, 신축병이 단단히 걸려 구축 아파트가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가격 차이도 크지 않았다. 신축은 물량이 많이 풀리기 때문에 빨리 들어갈수록 전세 가격이 저렴하다. 오히려 2년 단위로 전세금을 올리기 때문에 구축 아파트가 더 비싼 경우가 있다. 처음 예상했던 가격보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1군 브랜드의 신축 아파트였고, 입주 기간과 우리 이사 예정일이 딱 맞아떨어졌다. ‘이건 운명이야'하면서 우리 부부는 본격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살던 집이 나가야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 많은 곳에 알릴수록 빨리 집이 나간다.


집주인에게 이사 의지를 알린다.  

만기를 채우고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비는 세입자인 우리가 부담한다. 집주인이 거래하는 부동산이 있다면 그곳에도 집을 내놔달라고 부탁한다.   


주변에 부동산과 직거래 커뮤니티에 매물을 등록한다.  

집 주변 부동산 3-4곳 정도에 집을 내놓는다. 네이버 카페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도 글을 올린다. 직거래의 장점은 복비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임차계약 서류의 공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일주일에 3~4번은 사람들이 집을 보러 온다.   

둘 다 직장인이기 때문에 집 보러 오는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밀번호를 쉬운 번호로 바꿔놓고, 공인중개사에게 알려준다. 부동산 명함을 미리 받아 놓고, 신상 파악은 철저하게 해야 한다.



부동산 업자를 통해서 계약될 줄 알았는데, 직거래 커뮤니티를 통해 온 사람이 먼저 계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직거래라 복비도 굳고, 빨리 입주를 원하는 사람이라 잘됐다 싶었다. 새로 이사 갈 아파트에 ‘곧 계약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매물을 잡아달라 부탁했다. 부동산 아주머니가 ‘인기가 많은 매물이니, 집 빠지는 것이 확실하면 가계약금이라도 걸라’고 하셨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돈을 입금하지는 않았다. ‘500만 원을 입금하네, 마네’ 부모님과 남편에게 물어보며 고민했지만 계약 순서를 거스르면 탈이 날 수 있으니 참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퇴근 후 집에 돌아가니 남편이 실소를 터뜨리며 계약이 어그러졌다고 말했다. 


정말 가계약금을 걸었더라면 고스란히 날릴 뻔했다. 이사 가고 싶었던 매물은 놓쳤고, 힘은 빠졌지만 여기서 주저앉으면 코딱지만 한 집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끔찍함에 다시 두 팔 걷어붙이고 험난한 과정을 반복했다. 이 계약이 파기된 이유를 말하자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특약을 요구했으나 집주인이 수용하지 않았다. 특약의 내용은 이러하다. ‘대출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금을 반환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들어줘도 그만, 안 들어줘도 그만인 조건이다. 계약금이 한 두 푼도 아니고, 세입자 입장에서는 불안한 것이 당연하지만 대출이 가능한지 자격 요건을 따져보는 것은 본인의 일이므로 확실하게 알아본다면 이런 특약을 걸 필요도 없다. 


다시 2주간의 서칭 작업이 시작됐다. 호갱노노 앱은 우리 부부가 하루 중 가장 많이 쓰는 어플로 자리 잡았다. 꿀 같은 주말은 계속 집을 보러 다녔고, 결국 우리는 엄청난 매물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 이 매물을 왜 그동안 몰랐을까?’ 나는 운명의 데스티니 아파트를 만났다.


* 2편 부동산을 잘 못 만나면 고생합니다 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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