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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an 20. 2020

생에서 이별을 대하는 몇 가지 자세

사랑 앞에서 마냥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우리들을 위한 작은 편지


충분히 많이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리지만은 않은 곧 서른이다.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지금보다 더 어리고 젊었을 적에는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시끌벅적하게 한 해의 마지막과 시작을 맞이하곤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느 순간 재미가 반감되고 시들해졌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 맞는 친구 소수와 간소하게 만나 밥 한 끼, 차 한 잔 하는 것으로 가는 해를 보내고 새해가 열흘 정도 남은 때부터는 연인 혹은 가족들과 소소하지만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나만의 관행으로 실천해오고 있다.  


보통 다들 이 정도 선에서 가는 해의 아쉬움을 달래고 새롭게 오는 다음 해를 맞이하곤 하지만, 나는 한 가지를 더 덧붙여 행한다. 바로 올 한 해 동안 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충분할 만큼 좋은 사람이었는지 내 행동과 말이 선을 넘는 경우는 없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다. 특히 가족, 친구, 동료보다도 ‘연인’에게 충분히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꼭 가진다. 가족은 핏줄을 나누었다는 이유 때문에 내가 죽을 만큼의 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면 뭐든 이해해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나 동료들은 내가 잘못 대하면 언제든지 떠나갈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명백한 선을 가지고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연인은 ‘사랑’을 매개로 하는 관계라서 그런지 때론 너무 격의 없이 편하게 대하다 보니 선을 넘거나 나의 의도와 달리 상대를 실망시키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평소에 조심하려고 하지만 내 행동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다.


뒤늦게나마 스스로 한 해를 돌아보며 연인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꼭 체크해본다. 그리고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어쩔 수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간 연애에서 미안함이 별책 부록처럼 딸려오곤 한다. 이럴 때면, 내가 상처를 주거나 받았던 이별에 대해 다시금 곱씹으며 이별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첫 연애에서는 서로가 첫 연애 상대였기 때문에 서툴렀고 20살의 연인은 무척 어렸고 여렸다. 그래서 나를 방어하기 위해 내가 상처 받기 싫어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쉽고 가벼이 내뱉었다. 사소한 것에도 ‘그럴 거면 헤어져!’라는 말이 일상이었고 바닥에 버려지는 전단지의 무게만큼이나 아무렇지 않게 툭 내뱉어진 말로 인해 사랑은 허무하게 끝났다. 그 누구도 크게 잘못하지 않았다. 그저 단단하지 못한 사랑이 강한 두 자아 사이에서 유리알처럼 쉽게 깨진 것뿐이다. 곧 이어진 두 번째 연애는 처음을 잊지 못한 사람의 불행한 선택으로 시작되었고 불안했던 시작만큼이나 상처 가득한 끝을 남기고 말았다. 여자는 일방적으로 시작해서 일방적으로 끝냈고 남자에겐 그저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온 ‘미안해’ 한 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이렇듯 미숙한 사랑은 곧 성숙한 남자를 만나 꽃봉오리가 조그맣게 영글게 되었고 그 한없는 이해심과 하해와 같은 사랑 덕에 여자는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둘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고 여자도 남자도 많이 가슴 아파했다. 이별을 견뎌낸 여자가 만난 남자는 여자와 많이 닮았지만 또 많이 다른 사람이었고 둘은 다른 것은 다른 대로 비슷한 것은 비슷한대로 서로를 이해와 사랑으로 배려하며 함께 오랜 시간을 걸어왔고 달려 나가고 있다. 


이별의 이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연인들 수만큼 많고 그만큼 각양각색이다. 누군가는 헤어진 연인에게 미안해하기도 하고 헤어진 연인을 죽일 놈이라며 욕하기도 하고 친구에게 연애사를 털어놓으며 나 좀 이해해달라고 그 사람 좀 같이 씹어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그 혹은 그녀와 함께 했던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늘 이별 앞에서 피해자일 수만도 가해자일 수만도 없다. 사람인 이상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론 받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성장해가고 사랑해 나가기 때문이다. 

 


부득이하게 이별하게 되는 경우, 서로 크게 상처 주지 않고 이별하는 것이 이상적 이리라.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이성적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말에는 심적으로 공감하지만 사랑과 이별 앞에서 이성적일 수 없는 사람인 우리에게 ‘예의’라는 것이 이별 앞에서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다. 그렇기에 지나간 사랑을 앞에 두고 나의 이별 태도가 올바른 자세였는지에 스스로 평가하지 말자. 언젠가 누군가에게 상처 줬다는 생각에 자책하거나 상처 받았다는 생각에 마음 아파하지 말고 과거로 말미암아 현재의 연인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짓고 싶다. 그리고 나아가 사랑 앞에서 마냥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우리 모두가 이별 앞에서 크게 상처 받지 않는 존재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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