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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06. 2020

구직이냐 임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경력과 아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순 없을까

“오늘 뭐해? 점심 같이 먹을래?” A의 연락이 왔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친구다. 지난겨울, 그는 회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안 되겠다’며 일을 그만뒀다. 


퇴사 이유는 급격한 체력 저하와 번아웃 증후군 때문이었다. 잦은 밤샘 업무 탓에 아무리 일을 좋아한들 체력이 이겨내질 못했던 것이다. 쉬는 동안 꾸준한 식단 관리와 체력 회복을 제대로 하는 모양인지 오랜만에 만난 A의 표정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점심을 먹고 그간 안부를 물으며 근황을 공유하던 우리는 A 부부의 ‘2세 계획’을 알게 됐다.  


A는 아이를 낳고 재취업을 했다간 경력단절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임신을 미루기엔 기약이 없을 것 같아 그건 원치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친구와의 대화를 상기하며 고민이 들었다. 현재 상황에선 결코 해결되지 않는 문제임을 알면서도. 



임신은 퇴사 결심과 같다 


필자 또한 3달 전 일을 그만뒀다. 오랜만에 당시 같이 다니던 동료와 연락이 닿았다. 마음속 품은 사표를 언제 꺼내 들지 서로 털어놓으며 웃던 사이다. 회사는 다닐 만하냐 물으니, 그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답했다.  


“언니도 그랬잖아요. 회사원이라면 퇴사는 늘 하고 싶지 않겠어요? 다만 언제 그 카드를 꺼낼지가 다를 뿐이죠. 지금은 넣어둔 상태예요. 그럭저럭 지낼만하거든요.” 


자주 하던 말이었다. 늘 반반인 마음가짐으로 다니는 회사, 거기에서 1을 더하거나 덜한 마음으로 임하자고 했었다. 문득 냉정하게 필자에게 임신이란 그와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우리 부부는 100% 딩크 부부는 아니지만, 지금의 삶을 만족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 임신하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기보단 지금보다 더 간절할 때 찾아오면 모두에게 좋겠다는 심정이다. 문제는 양가의 어른들이다. 결혼한 지 어느덧 3년이 되어가는 지금, 날이 갈수록 ‘아이를 낳으라’는 말씀은 달콤 살벌하게 들린다. 당연한 말씀인 것도 같지만 어떨 때는 잔소리로도 들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낳을 거면 일찍 낳아라, 공동육아가 가능할 때 낳아야 한다. 손주를 안겨주는 게 진정한 효도다. 이것이야말로 50:50 아니겠는가. 의견이 팽팽하다.  



결정하지 못했다… 아니 결정했지만 


국내에선 아직 딩크를 보지는 못했고, 해외에서 딩크로 살아가는 지인의 일화는 들었다. 손주를 절실히 바라는 양가 부모님께 대답 대신 반려견 2마리를 더 들였다는 것이다. 그들의 단호하고도 정중한 의사에 감탄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 필자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며느리이자 친손주를 간절히 바라는 중년 부부의 딸이다.  


엄마와 날 선 논쟁을 끝내고 나면 배우자는 눈치를 본다. 아이를 낳는 문제는 우리 두 사람의 문제이니, 혼자 속 끓이지 말라며 토닥인다.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이럴 때마다 늘 항상 고민과 번뇌에 휩싸이는 게 스스로 참 답답하다. 결국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커리어 개발과 아이. 현명하게 답을 내리고 싶다. 물론 나는 답을 안다. 둘 다 손에 쥐고 싶은 욕심만 커져갈 뿐. 이렇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답을 고민하며 33살의 하루가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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