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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ug 24. 2020

티 안 낼 테니 너도 간섭하지
말아 줄래?

공개 연애자들은 왜 욕받이가 되어야만 하는가


‘공개 연애’라고 하면, 공인이나 연예인의 연애 혹은 결혼을 보도하는 기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법한 단어기에 왠지 모르게 거창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꼭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에도 사내, 동호회, 친구 모임에서 대놓고 “우리 사귀기로 했어요”라고 말하면, 그것도 그것대로 엄연히 공개 연애라고 할 수 있다.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참으로 미묘한 ‘공개 연애’. 이에 대해서 참 할 말이 많다. 실제로 공개 연애를 해본 경험이 있고 공개 연애를 하는 커플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도 했던 사람으로서 느꼈던 공개 연애의 장단점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하지만, 역시나 장점보다는 단점이 너무나도 크고 많고 또 다양하다. 그렇기에 그 단점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용자들에게만 공개 연애를 추천하는 바이다. 


어떤 이유로든지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에서는 두 사람이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구설수에 오를 여지가 크다. 아니, 그렇게 될 확률이 거의 99.9991%다. 깊은 유대감 없이 모인 사람은 모임이나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공동이 함께 집중해서 대화할 수 있는 주제을 찾아 헤매기 마련이다. 따라서 “오늘부터 저희 1일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그들에게 ‘우리’라는 먹잇감을 바치는 것과도 같다. 그리하여 몇몇 사람들은 ㅡ물론 남의 연애사라며 쿨하게 관심 두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ㅡ 개인적인 부분까지 터치해가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그리고 질문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상대가 원하지 않음에도 자기 생각을 강력하게 주입하려고도 한다. 



필자는 이 부분이 공개 연애를 꺼리게 만드는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대놓고 공개 연애를 함으로써 주변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와 관련해서는 <너 말이야, 너! 티 좀 안 낼 수 없니?> 글 참조)도 물론 문제다. 하지만 반대로 당사자들은 조용조용하게 잘 만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괜히 옆에 와서 “요즘은 둘이 어때? A 씨가 잘해줘? 싸우진 않고?”라고 말하면서 건수 하나 잡아 훈수를 두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문제없이 잘 사귄다고 말하며 다른 주제로 바꿔보려 애써 노력해도 소용없을 때가 많다. 그들의 질문은 그냥 의례적인 것일 뿐, 답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말을 걸어온 순간부터 오지랖과 간섭은 예견된 것이다. 


필자 또한 멋모르던 시절에 공개 연애를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남자 친구와는 우리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열심히 연애했다. 주변 사람들이 불편할까 싶어 동호회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곳에서는 애정 행각을 절대 하지 않았고, 굳이 일부러 서로를 외면하지도, 남들보다 서로를 더 챙기지도 않았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객관적인 척 말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우리가 사귄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에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호회 안에서 서로 조금만 떨어져 있으면 “S랑 싸웠어?”라며 묻거나 “얼마 전에 생일이었다며? S가 무슨 선물 해줬어? 비싼 거 받고 맛있는 거 먹었어?”라며, 대답하기 곤란하고 부담스러운 질문들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물론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대답해줄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러자 누군가가 “선물이 너무 싸구려다~ S가 좀 짜네. 돈 좀 보태서 더 좋은 거 해주지”라며 당시 남자 친구가 내게 해줬던 선물(당시 그의 상황으로는 내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걸 해준 것이었다)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깎아내렸다. 그러고는 비싼 브랜드들을 줄줄 읊으며 “다음에는 이런 곳에서 사달라고 해”라는 말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 사건 이후로 내게 공개 연애는 다시없는 일이 되었고 나도 다른 이들의 공개 연애에 아주 조금의 첨언도 하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앞서 말했듯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무례한 사람이 있다면, 다른 이들의 사랑을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무례한 이들의 몇 마디 말이 응원하는 사람들의 묵묵한 지지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공개 연애 경험자로서 공개 연애는 비추천한다. 또 공개 연애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감히 첨언 한 마디 하고 싶다. 공개 연애해도 티 안 낼 테니 당신도 제발 간섭은 좀 넣어둘래요? 부.탁.입니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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