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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07. 2020

기념일을 대하는 커플들의
천태만상 이야기

기념일에 관한 사소하지만 공감되는 것들

  

도대체 기념일은 얼마간의 간격으로 챙겨야 하는 걸까? 50일 단위? 100일 단위? 그것도 아니라면 1년 단위로? 만약, 사귄 기간이 오래되어가고 있다면 그땐 어떻게 기념일을 챙겨야 할까? 챙기는 게 맞긴 한 걸까? 결혼을 한 후에는 연애 때부터 이어오던 기념을 챙기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각자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정도만 기억하면 되는 걸까?  


기념일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 사람들 모두 할 말이 많아진다. 우선 기념일에 대한 정의부터 각기 다르고, 얼마 간의 간격으로 기념을 챙길 것인지,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정도로만 기념하면 된다’와 ‘근사한 식사는 물론이거니와 선물도 당연히 해야지!’와 같이 ‘어떻게’에 대한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재고 따지고 기준을 정해놓고 그걸 지키고… 이런 과정이 번거로워 아예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커플도 있다.  


물론 서로 합의 하에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다면, 이보다 깔끔하고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둘의 의견이 완전히 상반된다면? 여기에서부터 서운함과 섭섭함이 생기고 이로 인해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마디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기념일은 챙겨도 그만, 챙기지 않아도 그만인 스타일이다. 상대방이 기념일 챙기기를 원한다면 그에 맞춰서 최대한 챙겨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만약, 상대방이 기념일 따위 챙기는 걸 귀찮아하는 스타일이라면 옳다구나 싶은 마음으로 기쁘게 받아들인다. 말해놓고 보니 필자도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라고 해놓고 한쪽으로 심히 쏠린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커플 사이의 기념일을 챙기는 것에 있어 내 의견만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과 서로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건 사실이다. 


100일 단위로 기념일을 꼭 챙겨야 하고 기념일에는 SNS에서 유명한 맛집에 가서 밥을 먹고 사진도 몇 차례 찍고 손편지와 함께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 거하게 기념일을 챙기는 사람과의 연애에서는 피곤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손편지에 쓸 말과 선물을 고민하는 재미도 느꼈었다. 반대로 기념일 챙기는 걸 번거로워하는 사람과의 연애에서는 오늘이 300일인지, 두 달 후가 1주년인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디데이 어플을 매일 확인할 필요가 없어 마음이 참 편했다. 물론, 선물을 사기 위해 큰돈을 쓰지 않고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알아보지 않아도 되는 점도 좋았다. 


다만, 양자 모두 단점도 확실했다. 전자의 경우에는 한 번의 기념일을 위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런 일이 100일 단위로 있으니 심리적이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후자의 경우에는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를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특성상, 한 번씩 다른 커플들이 기념일 챙기는 걸 보면 내심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축하할 일을 축하하지 않고 무던하게 지나가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나도 모르게 한 번씩 올라왔다.  



실제로 필자뿐만 아니라 많은 커플들이 기념일 문제로 현실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듯하다. 주변 커플만 보더라도 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 선물의 가격대가 눈에 띄게 차이 날 때 이것을 두고 다투는 케이스가 있다. 또, 처음에는 서로 열심히 기념일을 챙기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지쳐버린 한쪽이 소홀히 하면 이게 또 다툼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반면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커플의 경우에는 앞서 말한 것처럼 기념할 만한 일을 축하하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것을 두고 욱하는 감정이 올라와 싸우기도 한다.


이렇게 기념일을 마주하는 커플들의 천태만상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하면서 맞춰가는 일이 이렇게나 힘든 일이라서 100일, 200일, 1년, 3년처럼 특정한 기간의 고비를 넘기면 자축하는가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사랑하고 연애를 하며 한 번씩 찾아오는 고비들을 무사히 넘긴 데 대한 기념비적인 의미로 저들끼리 축하의 날을 만든 것을 두고, 이를 어떻게 축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또 다투는 걸 보면 참 아이러니한 감정이 든다.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만 있으면 굳이 기념일을 따로 챙기지 않더라도 매일이 감사한 기적 같은 날들이라는 뻔하고 형식적인 말을 하기에는 우리들에게 닥쳐온 갈등들이 참 현실적이다. 그래서 글과 책으로 배운 연애가 아닌, 리얼 연애와 사랑이 이렇게나 힘든가 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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