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 그때는 어떤 고통도 없이
아침에 눈을 뜨면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리고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리지. “조금만 기다려, 내가 너에게 갈게. 조금만 기다려, 내가 너에게로 갈게.” 난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걸까? 난 너에게 갈 수 없어. 넌 날 싫어하니까. 넌 날 증오하니까. 맞지? 그래서 난 죽고 싶어.
난 가끔 생각해. 너도 나처럼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아니, 난 사실 매일 이렇게 생각해. 내가 너를 보고 싶어 하는 것만큼이나 너도 나를 보고 싶어 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그것 때문에 네 마음이 찢기고 네가 우울했으면 좋겠다고. 어때?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난 여전히 이기적이고 여전히 쓰레기야. 이런 말을 하는 내가 밉지? 난 네가 날 증오했으면 좋겠어. 내가 자살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만약 네가 나처럼 여전히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날 생각한다면, 난 더 많은 눈물을 흘릴 테니까.
사랑. 우린 우리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 때문에 너무나도 많은 괴로움을 겪어야 했어. 사람들은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수는 없는 거라고 말했으니까. “견뎌야 해. 흔들려서는 안 돼. 우리의 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말 때문에 무너져서는 안 돼.” 18살의 너는 학교 기숙사 밖에서 내게 이렇게 말했지. 나는 “응”이라고 대답했어. 그게 내가 너에게 한 첫 번째 거짓말이었지. 그 이후로 난 너에게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거짓말을 했어.
나는 이미 흔들리고 있었고 그 때문에 우리 관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어. 나는 무서웠어. 너랑 계속 가까이 지내다가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할 것 같았거든. 너도 알고 있었겠지만 이미 학교에서는 우리에 대한 소문이 과장되고 생략되어서 여기저기로 퍼지고 있었어. 우리 둘이 기숙사 침대에서 섹스하는 장면을 우연히 봤다느니, 화장실에서 키스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느니 하는 소문들 말이야.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어. 모두 나를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고 모두 나를 정신 나간 여자 취급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어. 나는 그걸 견딜 수 없었고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어. 수험 공부를 하기도 힘든데 왕따까지 당하는 걸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 밥을 먹을 때마다 누가 나와 함께 먹어줄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겠어? 난 그래서 사람들의 말을 믿기로 했어.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믿기로 했지. 그래, 내가 미친 거고 네가 미친 거야.
난 그렇게 너에게서 점점 멀어질 준비를 했지. 나 혼자서 말이야. 네가 나에게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을 때, 난 이미 흔들릴 대로 흔들려서 뿌리까지 뽑힌 상태였던 거야.
난 아직도 너를 꿈꿔. 그리고 언젠가 너와 내가 다시 만나는 날이 있을 거라고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지. 그래, 여전히 난 미쳐있는 거야. 여전히 난 정신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거야. 넌 어때? 넌 이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니?
너를 생각하면 난 심장이 너무 아파. 나는 너에게서 멀어졌고 다시 학교생활로 돌아갔지. 친구들 사이에서 거짓 웃음을 짓고 너와 사실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하고 어처구니없는 소문 때문에 어이가 없다고 말하면서 난 다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어. 나 자신을 속이며 살면 모든 것이 쉬워져. 자신을 속이는 사람은 남도 쉽게 속일 수 있으니까.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혼자가 되어 학교생활을 했지. 넌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어. 왜 그랬던 거야? 너도 나처럼 네가 느꼈던 감정을 부정하고, 나를 욕하고, 조금만 거짓말을 하면 쉽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내게 말해줘. 학교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기 싫어서 그런 거라고. 그냥 혼자가 좋아서 그랬던 거라고. 네가 내게 느낀 감정이 소중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고 말하지 마. 사랑인 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고 말하지 마.
알아, 나는 죄를 지었어. 그리고 그것 때문에 난 벌을 받겠지. 난 생각해.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는 없는 걸까? 불교에서는 삶이 윤회한다고 믿는대. 죽으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태어난다는 거야. 그런데 다시 태어날 때 인간으로 태어나려면 업을 소멸해야 한대. 내가 지은 잘못들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거지.
난 여전히 너를 꿈꿔. 여전히 너를 사랑해. 하지만 과거의 난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고 그것 때문에 너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어. 그래서 난 죽고 싶어. 하지만 죽지는 않을게.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죗값을 치르기 위한 삶을 살아갈게. 그러면 언젠가, 내가 너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죗값을 다 치르는 날, 하늘이 너와의 만남을 허락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미친 것 같지? 말했잖아. 여전히 미쳐있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너를 사랑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이번 생이 아니면 다음 생에서라도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우리 사랑을 보고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아니,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내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네 앞에 나타날게.
나의 꿈, 나의 사랑 너에게.
안녕하세요, 김세라입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소설과 예술 작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아마존에 상품 검색을 하듯이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예술 작품들을 검색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연애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낭만적인 연애를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절대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