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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21. 2020

남의 연애사에는 끼어드는 법이
아니거늘

커플 사이의 일은 둘이 해결하시죠, 제발!


비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저녁을 먹고 침대 헤드에 느긋하게 기대어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우, 야! 나 미치겠다 정말!!!”


끄트머리에 느낌표를 3개나 찍어가면서 강하게 짜증을 성토하는 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주 간단하다. 잘~ 들어주고 잘~ 공감해주는 것, 이것뿐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너무 티가 나도록 그리고 영혼 없이 의례적인 리액션을 해서는 안된다. 지금 상대방은 아주 아주 예민한 상태에 있으니까. 한탄하는 지인의 속사정은 이러했다. 주변에 비슷한 시기에 외롭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남자와 여자가 있어 얼핏 생각해보니 잘 어울릴 것 같아 둘을 소개해줬단다.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강한 호감을 보였던 둘은 진작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뜸을 들이다가 소개팅 국룰인 ‘3번째 만나고 나서 고백하기’ 스킬을 써먹은 남자의 고백 덕에 사귀게 되었다. 


두 사람은 사귄다는 사실을 주선자인 필자의 지인에게 알렸다. 그리고 으레 그러하듯 주선자를 만나 밥을 사면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작은 선물까지 했다. 주선자는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한 것도 아닌데 선물까지 받기에는 과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의라며 손에 자꾸 쥐어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별다른 소식은 없었지만, 주선자였던 지인은 한 번씩 업로드되는 SNS 게시글과 카카오톡 프로필 등을 통해 두 사람이 잘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보며 지인은 두 사람이 별 탈 없이 잘 만나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반년 정도 지났을 때, 주선자를 머리 터지도록 짜증 나게 하는 일들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사건의 전말은 아주 간단하다. 남자는 싸우면 바로바로 풀어야 하는 스타일이고 여자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스타일인데, 두 사람이 사귄 지 반년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소소하게 다툴 일이 생기면서 서로의 다른 ‘다툼 스타일’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여자는 죽기 살기로 말다툼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풀기를 원하는 남자의 스타일에 맞출 수가 없어서 다툴 때마다 잠수를 탔다. 그러니 남자는 연락이 되지 않는 여자를 기다리다 못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설마 이대로 헤어지자는 건지 등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참다못해 결국 주선자인 필자의 지인에게 연락해 여자 친구와 연락이 되는지부터 시작해 왜 싸웠는지, 누가 잘못한 건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까지 하나하나 묻고 상담을 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일이 한두 번이었으면 필자의 지인도 ‘그래, 사랑싸움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지’ 하면서 허허실실 웃으며 도와줬을 것이다ㅡ지인이 겉으로는 굉장히 차가워 보이지만 심적으로 괴로운 사람을 모른 척할 만큼 냉혈한은 아니기에ㅡ. 하지만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매번 다툴 때마다 전화해서 고민 상담소처럼 온갖 고민과 불평과 불만을 꺼내어 놓는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인의 성토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 하면 뺨이 석 대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엄마들이 보는 드라마에서 한 중년 여배우가 스치듯 했던 말인데, 이 순간에 절묘하게 떠오른 모양새를 보니 아무래도 그 말이 은근히 기억에 남았나 보다. 그래서 떠오른 말을 그대로 지인에게 해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우리 이제부터 쟤네 사는 건 그냥 쟤네들 알아서 하게 참견하지 말자.”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주선이었지만 결국 한 끼 식사와 작은 선물 하나에 싫은 소리도 못하고 짜증과 화를 억지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래서 지인이 선물을 받고도 왠지 모르게 그렇게 찝찝했었나 보다. 역시 사람의, 특히 여자의 감이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오늘도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 하면 뺨이 석 대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머리와 가슴에 새기며, 연애와 사랑, 남에게 오지랖 부리지 말고 내 앞가림부터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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