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의 마음은 싸구려 유리처럼 연약하다
존경하는 구독자님들께
알고 있다. 내가 제목을 좀 과격하게 적은 것 같다. 하지만 이게 다 글을 읽는 독자님을 위한 것이다. 독자님들은 흥미를 끄는 제목이 아니면 애초에 클릭조차 하지 않으시니까!
“뭐? 그러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서 일부러 제목을 이런 식으로 지은 거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님들은 나의 의도를 정확하게 간파하신 것이다. 이제 스크롤을 살며시 내리면서 제목보다 더 흥미로운 글을 읽어 나가시면 된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분들이시니, 아래에 적힌 글 역시 쉽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난 여러분들의 자녀가 부럽다. 여러분들의 뛰어난 두뇌를 공짜로 이어받을 수 있으니까. 나의 부모님은 거의 문맹에 가까운 독해 실력을 가지고 계셨다. 그렇기에 난 글을 읽는 능력을 기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 여러분과 여러분들의 자녀에게 다시 한번 부러움을 표하며 이제는 다른 독자분들께 한 말씀드리고자 한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제목을 자극적으로 지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분들도 계실 것이다. 난 이런 분들에게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 여러분들 역시 스크롤을 내리며 밑에 있는 글들을 읽어보시라. 사실 작가의 의도 따위를 파악할 필요가 단 하나도 없는 글이다. 내가 무슨 도스토예프스키도 아니고 뭐 그리 대단한 글을 쓰겠나? 그저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것은 웃음뿐이다. 앞에서 한 말도 그저 호감을 사기 위해 해본 말일뿐, 진심이 아니다. 미혼인 내가 무슨 다른 사람의 자녀들까지 부러워하겠나? 그러니까 그냥 스크롤을 내리면서 글을 읽으시라. 재미있는 글이니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쓰는 글들을 다 읽어주시길 바란다. 나는 유명해지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으니까. 자, 이제 본문을 시작하겠다.
CC와 사내 연애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알고 있다. 나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것을.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는 이미 같은 과,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이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분들이 계실 것이다. 우선 축하드린다. 이성을 좋아하다는 것은 여러분의 호르몬 체계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고 심신이 아주 맑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 사실을 아는가? 밤이 오기 전의 태양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여러분의 마음은 지금 아름다운 사랑으로 빛나고 있지만 이제 곧 밤이 찾아올 것이다. 죄송하다! 악담을 해서! 아니, 사실 죄송하지 않다! 내 말은 악담이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이다. CC나 사내연애 같은 공개 연애는 소위 스타트업 같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이 성공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사라진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몰래 연애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나는 몰래 연애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자체가 달라진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사랑하는 눈빛을 숨길 수는 없는 것이다. 당신의 단어 하나, 몸짓 하나, 눈빛 하나, 태도 하나에서 사랑이 드러난다. 결국에는 들킬 수밖에 없는 것이 CC와 사내 연애다. 생각해보라. 여러분이 명탐정 코난도 아니고 어떻게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숨기면서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닐 수 있겠는가? 따라서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헛된 망상은 이 글을 읽는 바로 지금 없애는 것이 여러분의 삶에 이득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왜 CC와 사내연애를 반대하는가? 이 모든 것들이 다 독자 여러분들을 위한 것이다. 한 마디로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이건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나쁜 사람이고 연애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이건 인간 본성의 문제이며 사내 연애는 인간 본성상 그냥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고추를 먹고 맵다고 느끼는 게 우리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그냥 고추가 매운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내 연애의 길 자체가 그냥 매운 것이다. 엄청나게 매운 것이다. 자, 그러면 사내 연애의 길이 왜 매운지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CC와 사내 연애는 왜 힘든가?
모든 사람은 다 남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기서 난 아니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난 그분들께는 존경의 인사를 올리고 싶다. 이분들은 학교 사람들, 회사 사람들, 가족, 유튜버, BJ,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 정치인, 학원 선생님, 물건을 살 때 마주치는 아르바이트생들, 길을 걷다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험담을 해본 적이 없으신 분들이다. 이런 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매우 소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남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난 쓰레기다.
당신이 사내 연애를 시작했다면 사람들은 당신과 당신의 연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들에 신경이 쓰일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 참고로 이건 그냥 예시일 뿐 나의 경험담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라. 예를 들어, 남자 친구가 갑자기 “너 술 마시면 아무데서나 그냥 자버린다면서?”라는 말을 한다고 해보자. 나는 깜짝 놀라고 들키기 싫은 치부를 들킨 것 같아서 속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이 모든 감정을 추스르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누가 그래?”라고 되물어본다. 그러자 그는 과 여자 후배들에게 밥 사줄 때 들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내 기분은 아주 안 좋아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여자 후배들에게 밥을 왜 사주는 거지?’부터 시작해서 ‘걔들은 왜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남자 친구에게 내 얘기를 한 거지?’라는 생각까지, 적어도 백 가지 정도의 생각이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한다. 여기에서 끝일까? 수업을 들으러 갈 때 남자 친구에게 내 이야기를 한 후배들을 보면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생각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그들에게 인사해야 한다. 여기서 끝일까? 후배들 말고 또 어떤 사람이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지 신경이 곤두서서 학교 생활 자체가 너무 피곤해진다. 여기서 정말 끝일까? 당연히 끝이 아니지만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멈추도록 하겠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만약 당신이 연인과 싸웠다고 해보자. 그 순간부터 당신들을 아는 대학 사람들, 회사 사람들이 나서서 누가 잘못을 했네, 누가 어떻게 해야 하네, 하는 식으로 조언이랍시고 오지랖을 부리기 시작한다. 연인과 싸웠으면 당사자끼리 잘 해결하면 되는 일인데 공개 연애를 하면 그게 어렵다. 갑자기 다들 판사가 되어서 누가 잘못한 거고, 누가 사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겠다며 안달이 나 있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 때문에 연인과 나의 관계가 쓸데없이 더 복잡해지고 급기야 이별까지 하게 된다.
후, 더 할 이야기가 많지만 전체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공개 연애를 하게 되면 결국 둘의 관계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연애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만 집중해도 어려운 것이 연애인데, 공개 연애는 그걸 방해한다. 만약에 CC나 사내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결론
제목에서 공개 연애를 반대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공개 연애하는 사람들을 나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대학에 있고 같은 회사에 있다면 놓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니까. 다만 공개 연애에는 힘든 점들이 있으니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한 말을 다 잊어라. 난 그저 웃음을 주기 위해 글을 쓴 것이다. 내가 무슨 연애 박사도 아니고 어떻게 다른 사람의 연애에 조언을 할 수 있겠는가? 인생은 다 다르고 정답은 없으니까. 사내 연애를 해서 힘들었다면 거기에서 배울 것이 있는 것이고, 사내 연애를 해서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은 것이다. 나는 그저 이 글을 통해서 독자 여러분들에게 나의 유머 감각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다음 글도 기대해주시고 꼭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안녕하세요, 김세라입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소설과 예술 작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아마존에 상품 검색을 하듯이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예술 작품들을 검색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연애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낭만적인 연애를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절대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