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바꾼 연애와 사랑의 모습
덥고 습한 여름을 지나 선선한 가을로 접어들 때면 누구나 저마다의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식상해진 얇은 티셔츠를 벗어던지고 톡톡하고 부드러운 니트를 입을 생각에 들뜨는 사람도 있고 뜨거운 여름이 간 자리에 감성적으로 물드는 가을, 새로운 누군가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봄 다음으로 기대되는 계절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기대감을 저버리기라도 하듯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당당한 기세를 멈출 생각이 없다. 가족, 친구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것도, 동호회나 모임에 나가는 것도 전부 힘들어졌다. ‘일상이 멈추었다’는 진부한 표현만으로는 이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모두가 힘든 상황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처럼 연대를 추구하며 서로를 원하고 또 연결되어 있기를 바란다. 나와 당신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실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일체감과 소속감을 느끼길 원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전쟁통 속에서도 사랑은 싹트고 새 생명은 태어난다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지금의 우리가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원하고 고독에서 탈피하고 싶은 것은 통제불능의 상황 속에서도 도저히 저버릴 수 없는 인간 본능 때문 아닐까?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도 무서운데 이제는 ‘코로나 블루’라는 정신적 고통까지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사람 만나는 횟수가 줄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특히 활동이 활발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우울증이 전염병처럼 번지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세태로부터의 영향인지, 2030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인만추’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전염되었는지 알 길이 없는 ‘경로 추적 불가능’의 경우가 많아지면서 아무 곳에서 아무나 만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집에 계속 혼자 있기에는 우울하니 결혼정보회사 등을 통해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 하게 된 것이다.
일상이 일상다웠을 때만 해도 결혼정보회사나 친인척을 통해 알음알음 행해지던 주선과 지인들에 의한 소개팅처럼 인위적인 만남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결혼 적령기를 지났거나 아직 결혼이나 연애할 마음이 없는데 주변에 의해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젊은 세대에서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가 유행이었다. 취업 스터디나 동아리, 동호회, 취미 모임, 학교, 직장 등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공통 관심사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대화가 잘 통하기 때문에 벽 없이 쉽고 빠르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자연스러움이 곧 관계의 ‘건강함’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세태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ㅡ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위적인 관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ㅡ.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항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극도의 불안함과 고독감을 느끼게 된 솔로들에게는 의지하고 또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절실해진 듯하다. 누가 등 떠밀지 않더라도 제 돈 주고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 코로나 바이러스와 거리가 먼, 신체 건강하면서 동시에 자신과 똑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헤매는 걸 보니 말이다.
이대로 지구가 멸망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온갖 수난의 2020년이 이제 3달도 채 남지 않았다. 잃은 것만 가득한 우리에게 이제 남은 건 무엇일까? 우리가 끝내 단 한 가지만 손에 쥘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본다면,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순례를 ‘이 시국에 사랑 타령 좋아하네’라며 비난하거나 기이하게 볼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