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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Nov 16. 2020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결혼식은
유니콘과 같다

모든 선택은 돈과 직결되기에


“결혼식에 가보면 다 너무 천편일률적이라서… 신부대기실 가서 인사하고 사진 찍고, 주례사 듣고 내내 박수 치고 축하해주다가 마지막에 단체 사진 찍고 밥 먹으면 끝. 기억에도 안 남는 이런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아. 난 스몰 웨딩으로 진짜 특별하게 할 거야. 내 결혼식만큼은 찍어낸 것처럼 그렇게 하진 않을 거야. 어차피 다른 사람들 기억에 안 남을 결혼식이라면, 나만이라도 오래오래 기억하도록 아주 무지 특별하게 할 거야!” 


“야, 너 그거 다 돈이야, 돈! 야외 웨딩이라도 하려고 하면 꽃 장식부터 심지어 하객들 의자 몇 개 놓을 건지, 초는 몇 개 할 건지까지 다 결정해야 한다고. 모두 다! 결정 한 번 할 때마다 그게 다 돈이고 시간이야. 특별한 거? 특별한 거 좋지. 그런데 특별하다는 건 곧 ‘돈’이랑 같은 의미야. 감당할 수 있겠어?” 


여기 대화를 하고 있는 두 여자는 지금 결혼식, 아니 사실 돈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극히 이상주의적인 사람과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 두 사람을 특징짓고 구별 지을 수 있는 단어는 많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 한 가지 차이점으로 귀결된다. 바로 ‘돈’. 우리를 옭아매는 이것 때문에 우리는 때론 평생 한 번이라는 결혼식의 로망마저도 꺾어버릴 수밖에 없다. 



꽤 오래된 이야기로 기억한다. 모 프로그램에서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특별하게’라는 모토 아래 결혼 준비 중 남자 친구와의 갈등을 다룬 에피소드가 방송된 적 있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지인이 했던 말과 사연을 보낸 여성이 굉장히 비슷해서 놀랐다. 여자가 남자보다 비교적 현실적이라고 해도 결혼식과 신혼 생활에 있어서 만큼은 엄청난 로망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하려면 뭐든지 다 돈이야, 돈!”을 외치는 것에 생경함을 느꼈던 것이다. 


물론 필자도 강하게 현실주의자적 면모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어차피 할 거라면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친구나 선후배, 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해온 결과 2시간 안에 모든 걸 해치우고 찍어내 듯이 한 쌍의 부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때가 많았다. 누구나 제 인생에선 자신이 주인공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왕 큰돈을 써야만 하는 이벤트를 계획한다면, 특별하게 회자될 수 있을 그런 결혼식을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배우자도 평범한 사람인데 기를 쓰고 결혼식을 특별하게 해 봤자 사실은 되돌아보면 자기만족에도 미치지 못할 그런 허무한 일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우리가 이마에 뿔 달린 유니콘을 상상하고 그리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특별하고 독특한, 하나밖에 없는 결혼식을 꿈꾸지만 사실 그런 건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허무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나의 이런 생각에 대해 한 친구는 말했다. 


“야, 남들이라고 특별하고 싶지 않겠어?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이 돈 그리고 세상과의 타협의 결과물로만 보이겠지만, 사람들이 하나같이 남들이 앞서 걸어간 길을 따라가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그게 편하고 쉽고 헤매거나 망할 확률이 적거든. 너는 잘 닦인 오솔길을 걷는 건 지루하다면서 샛길로 빠져서 길을 개척하고 싶은 거잖아. 하지만 개척자에게는 그만큼의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야. 그 리스크가 돈이든 시간 낭비든 뭐든 말이야.” 


그래, 세상에 유니콘은 없다. 세상엔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유니콘을 보고 싶다고 소망하는 사람들과 누가 유니콘을 봤대라며 들은 이야기를 옮기는 사람들 밖엔 없으니까. 마찬가지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결혼식은 사실 없을지도 모른다. 의미를 부여하는 우리들만 여기에 있을 뿐.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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