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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Dec 14. 2020

연인의 경제력을
알아보는 발칙한 방법

속물로 보일까 봐 솔직하지 못한 자들에게


연인의 경제력을 알아보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한 포스팅을 본 적이 있다. 해외의 한 연애 전문 매체에서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옮겨 적은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그 내용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고 또 한편으론 너무 ‘발칙’했다. 


그들이 말하는, 티 내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그 사람의 경제력을 확인하는 방법은 지갑과 신발 그리고 거주지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갑에 현금이 많을수록 보유하고 있는 자산이 많을 것이라는 정량적 평가, 그리고 어떤 신발을 신느냐에 따라 그에 수반되는 관리비용이 가늠되어 경제력을 추정해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거주에 얼마 큼의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거주지 위치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늘 “내 친구 이야기인데~” 하면서 내 얘기를 남의 고민으로 둔갑시켜 털어놓는 것처럼, 상대방에게 저축 관련 상담을 받는 것처럼 질문을 던져 떠보는 것으로 그 사람의 경제적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도대체 해당 연애 전문 매체에서 언제 이 기사를 업로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읽고 있자니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는 음흉한 방법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연애에서 결혼으로의 진입 혹은 발돋움이 단순히 사랑만으로 이루어지는 시대는 애초에 지나가버린 지 오래다. 그리고 분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환경, 그중에서도 경제적 조건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하는 현실에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력만으로 한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 잘 통하고 같이 있으면 행복해서 참 좋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것은 물론 집에 빚까지 있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수없이 고민되는 것은 사실이다. 


‘물질 만능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이제는 너무 흔하고 식상해서 자칫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촌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시대에, 오죽하면 “못생긴 대머리 재벌 만날래, 원빈만큼 잘생겼는데 가난한 사람 만날래?”라는 농담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닥전(닥치고 전자)”라는 말이 나왔을까(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질문에 묻어있는 외모 평가적 요소는 잠시 제외하기로 하자. 우리는 경제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이니까). 못생긴 얼굴은 돈으로 성형하고 살은 빼면 되지만 가난한 건 어떻게 못 하잖아, 라는 부수적 설명이 지금의 세태를 가감 없이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세태가 이렇다고 하여 사랑 앞에 경제력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마냥 비판하거나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가장 앞에 두는 조건은 각기 다르기 마련이니까. 외모를 1순위로 두는 사람이 있는 한편, 학벌을 가장 우선시하는 사람도 있고 성격을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이 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연인을 선택하거나 결혼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최우선 순위에 경제력을 두는 것일 뿐이다. 각자 살아온 환경, 경험, 학습 등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일 뿐, 절대적으로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 ‘방법’의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고 싶다. 누구도 솔직함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솔직함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태도가 결정된다. 솔직한 발언을 퉁명스럽고 투덜대는 말투로 말하면 듣는 사람은 당연히 기분이 나쁠 것이다. 반대로 솔직한 생각을 차분한 말투로 미소 띠고 쿠션 멘트를 깔아가며 말한다면 듣는 사람이 비교적 기분 나빠하지 않고 기꺼이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연인의 경제력을 알고 싶다면, 차라리 솔직함으로 다가가라. 나는 우리가 경제력이 어느 정도 되는 커플이길 바란다, 내 경제력은 이 정도인데 당신의 경제력도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 서로 시원하게 터놓는 것이 우리 커플에게 더 발전적일 것 같다와 같은 말들로 솔직하게 다가가면 될 일을, 신발과 지갑을 흘끔흘끔 몰래 쳐다보면서 속으로 계산하고 또 고민 상담하는 척하면서 떠보는 것은 영악하다 못해 소름 끼치게 불쾌한 짓이다. 만약 입장 바꿔서 상대방이 속으로 혼자 계산기 두드리면서 당신의 경제력을 가늠했다고 생각해보라. 기분이 나쁘다 못해 더럽지 않겠는가? 차라리 솔직하게 다가오는 편이 더 나았으리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연애와 결혼을 시작하거나 유지해나갈 때, 특정 조건을 우선시하는 것은 절대 속물이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몇십 년을 서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아무 조건도 보지 않고 감정 하나에만 기대어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것이 오히려 무모한 일일 수 있다. 과거에 진행했던 통계조사 중, 중매결혼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혼율이 연애결혼을 통해 만난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다는 결과가 도출된 적이 있다. 이를 통해 중매를 통해 만난 사람들은 처음부터 원하는 조건이 명확했고, 그것이 이미 맞아떨어진 상태에서 시작한 결혼이 관계의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자료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어떠한 조건이 되었든 그것을 맞춰보고 따지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흠이 아니다. 당신이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음흉하게 속으로 계산하지 말고 연인에게 솔직함으로 다가가라. 세상에는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들이 많고, 그것들로 말미암아 당신의 판단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까.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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