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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31. 2021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어

조건을 보지 않는 사랑에 관한 간단한 실험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할까? 아주 간단하고 짧은 질문이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조건 없는 사랑을 말할 때면 모성애, 인류애 같은 숭고한 감정만을 떠올리겠는가? 그만큼 연인 간 애정과 사랑에 있어 ‘조건’은 빼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사실은 조건을 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내 놓고 ‘난 키가 큰 사람에게만 끌려’, ‘얼굴이 밥 먹여주느냐고 하지만, 잘생긴 게 최고야!’ 혹은 ‘다 필요 없어. 어차피 돈 있으면 대부분은 해결되는 문제들이야. 무엇보다도 경제력이 중요해’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조건을 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도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하거나 차차 호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 그 사람에게서 보이는 몇몇 좋은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평소 내가 중요시하는 요소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들 중 많은 사람이 “난 사람 볼 때 조건 같은 건 잘 안 봐”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물론 조건을 보는 것, 조건을 따지는 것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이것저것 상황을 고려하고 따져보는 것처럼 연애와 결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조사 결과도 있지 않은가? 연애결혼을 한 커플보다 중매나 선을 통해 결혼한 커플의 이혼율이 더 낮았다는 연구 내용 말이다. 이는 사전에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터놓고 맞춰보았을 때 오히려 추후 실망하거나 다툴 가능성이 더 낮다는 점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여러 면에서 조건을 따져가며 실패하지 않을 사랑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외적인 조건을 완전히 배제한 채 영원히 함께 할 반려자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연애 실험 : 블라인드 러브>(이하 <연애 실험>) 참가자들처럼 말이다. <연애 실험> 참가자들은 인종과 키, 외모 등 외적인 모든 조건이 블라인드 된 상태에서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서로를 알아간다. 물론 벽을 앞에 두고 대화를 이어가는 도중에 자신의 직업, 거주지, 가족 관계, 취미 등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의미에서의 조건 배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로지 목소리와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만으로 상대방을 상상해보고 그 사람과 연인이 되었을 때의 행복한 모습을 그려본다. 


사실 지금까지 이런 기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 실험>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흥미진진한 긴장감과 짜릿함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현실에서 진짜 의미의 ‘블라인드’가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블라인드를 원할 때는 어떠한 조건이나 눈에 보이는 것 등에 치우치지 않는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기 때문인데, 현실에서는 조건을 전혀 따지지 않고 속 깊은 대화를 통해 영혼의 단짝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외모에 치우치지 않겠다고 해서 눈을 감고 사람을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제한된 상황 속에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과의 영원한 사랑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하는 <연애 실험>이 현실과 달리 완벽한 블라인드가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보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닐까?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로망을 인위적으로나마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출처 - 넷플릭스 <연애 실험 : 블라인드 러브>


조건을 다 맞춰본 후 마음에 드는 사람과 결혼한 경우에도 끝까지 잘 사는 사람이 있고 결국에는 헤어짐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조건을 보지 않고 ‘순수하게’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관계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연애 실험>에 참가해 결실을 맺은 커플들 중에서도 프로그램이 끝난 후 결혼까지 한 커플이 있는 반면, 헤어짐을 택한 커플은 그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세상만사에 완벽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지만, 특히 사랑과 연애, 결혼처럼 감정에 기반하는 것들은 더더욱 정답을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조건 없는 사랑이 절대적으로 대단하고 숭고하다고도, 조건을 따지는 사랑이 속물 같다고도 할 수 없다. 그저 이런저런 다양한 방식이 있을 뿐이고, 그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선택하는 일뿐이니까.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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