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Oct 04. 2021

화려한 불꽃같은 사랑과
묵직한 소나무 같은 사랑

달콤한 로맨스와 팍팍한 현실 사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 아주 젊고 생기발랄한 두 남녀가 있다. 신나게 이것저것 하다 보니 벌써 시간은 12시를 향해 가고 있다. 지하철 막차를 탈 수 있을지 간당간당한 시간이다. 양손에 무겁게 짐을 들고 있지만 뛰지 않으면 달리 이 시간에 집에 갈 방법이 없다. 가방끈을 꽉 조이고 짐을 든 두 주먹에는 힘을 준다.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댕댕댕- 막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겨우 역에 도착해 교통카드를 태그 하려고 계단을 뛰어오르려는 찰나, 뒤에서 나처럼 뛰어오던 그(그녀)와 부딪힌다. 양손에 든 물건들은 바닥을 뒹굴고 있고 지하철은 이미 떠났다. 아 정말 큰일 났다.


첫차 시간까지 어디에서 시간을 때워야 하나 고민하는데, 아까 부딪혔던 사람이 할 일 없으면 첫차가 올 때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순간적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이 사람의 제안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따라나서기로 한다. 함께 도착한 곳은 어느 술집.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시켜놓고 약간 취기가 오른 상태로 대화를 이어간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 둘, 좋아하는 것도 관심 있는 것도 꽤 비슷하다. 공통점이 많아 말이 잘 통한다. 처음 본 사이인데도 같이 있으니 즐겁다. 이 사람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첫 만남에서부터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정도로 잘 통하던 두 사람은 이후로도 호감을 가진 채 몇 번 만난다. 하지만 이렇다 할 관계로 발전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른다. 답답해진 여자는 이번 만남을 마지막으로 마음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그때, 남자가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나랑 사귀지 않을래요?”

여자는 대답한다.

“네, 좋아요.”


그렇게 두 사람은 연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된다. 여느 젊은 커플들이 그러하듯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먹으며 시간을 함께 보내고 경험을 공유하며 추억을 쌓아간다. 언제까지고 즐겁고 행복할 것만 같은 나날들이었지만 이들에게도 위기가 닥쳐온다. 학생이라는 똑같은 신분에 있던 그들의 위치가 정규직 직장인과 불안정한 일러스트레이터로 바뀌면서 처음으로 위기를 맞는다. 남자는 그림으로 성공하고 싶어 했지만, 지금 여자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꿈을 버리고 취직을 선택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갈등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자는 삶이 팍팍하고 고되더라도 그 속에서 순간순간 작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힘들수록 더욱 서로에게 의지하고 더욱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길 원한다. 하지만 남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 행복,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자는 오히려 일에 매달리고, 일에 매진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함께 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섭섭함을 느끼고, 남자 역시 자신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보채는 여자에게 서운하다. 그렇게 둘은 한 공간에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20대 초중반을 거쳐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현실적인 연애를 다루고 있기에 더욱 공감이 되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현실이 뒷받침되어야 사랑도 가능하다는 현실파와 사랑이 없으면 현실의 것들도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낭만파로 나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선후관계를 분명하게 따질 수 없는 문제를 두고 갈등했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설왕설래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건 사랑의 유지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비슷한 지점을 추구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어디 사랑이 그렇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던가. 지구에 살고 있는 수십 억 명의 사람들 중에 모든 부분에서 나와 비슷하거나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누구를 만나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을 포기하고 감내하며 맞춰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정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에 있어 가치관 차이가 큰 경우에는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이득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해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영화 속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언급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노력하고자 하는 용기를 발휘하는 자만이 사랑도 현실도 모두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 앞에 갈등하고 번민하는 이들 모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용기를 낼 수 있길 바라본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결혼에 대한 좋고 나쁨의 단상> 목차 보러 가기

스튜디오 크루아상 콘텐츠 보러 가기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나요?

영화 <미나리>로 본 가족이라는 지독한 시스템

오픈채팅방에서 결혼 준비 같이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만약 영원히 살게 된다면, 영원한 사랑도 가능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